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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영화도시 강릉, 스스로 불 끄나…정동진영화제 1억 삭감

개막 사흘 전 터진 문화예산 파문…30년 지역 영화 기반 흔들

관광 효과와 수익성만 따진 심의, 강릉 문화도시 경쟁력에 물음표

김보라 기자
영화도시 강릉, 스스로 불 끄나…정동진영화제 1억 삭감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별이 뜨면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은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영화관이 된다. 그러나 올해는 스크린이 켜지기도 전에 찬물을 맞았다. 강릉시의회가 정동진독립영화제를 비롯한 지역 영화문화 예산 1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다. 관광도시를 외치면서 정작 도시의 얼굴을 만든 문화에는 계산기부터 들이대는 모순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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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독립영화제포스터(제공=강릉씨네마떼끄))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주관하는 강릉씨네마떼끄는 4일 강릉시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제28회 영화제 개막을 사흘 앞둔 시점이다. 축제를 준비해야 할 사람들이 영화와 지역문화의 가치를 다시 설명하고,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삭감 대상은 정동진독립영화제 지원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운영, 영화문화미디어센터 관련 사업이다. 세 사업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축제에서 발견한 독립영화를 상설극장에서 만나고, 교육과 제작 활동으로 지역 창작자를 키우는 하나의 생태계다. 예산 1억원을 지운 것은 행사 몇 건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연결된 기반 전체를 흔드는 결정이다.

 

심의 과정에서는 영화제 개최 시기와 장소를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진의 여름밤과 학교 운동장이라는 공간이 영화제의 정체성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외면한 주문이다. 장소와 계절을 떼어내고도 같은 축제라고 부를 수 있는지부터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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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씨네마떼끄 개봉예정작 애정만세(제공=강릉씨네마떼끄)

지역문화는 축제 기간의 매출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영화 관람료를 받지 않으면서도 전국의 관객과 영화인을 강릉으로 불러왔다. 숙박과 음식점, 교통 이용으로 이어지는 관광 효과는 물론 강릉을 ‘영화를 사랑하는 도시’로 기억하게 하는 힘도 쌓아왔다. 이런 가치는 단기 손익계산서 한 장에 모두 담기지 않는다.

 

강릉씨네마떼끄는 1996년 창립해 상업극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독립·예술영화를 꾸준히 소개했다. 1999년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시작했고 2012년에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신영을 열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은 단체가 지역에서는 예산 존폐를 걱정하는 현실은 씁쓸하다.

 

제28회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정동초등학교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예정대로 열린다. 관객은 돗자리와 모기장을 펴고 영화를 보며, 마음에 든 작품의 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땡그랑동전상’에도 참여한다. 대형 자본으로 흉내 내기 어려운 이 풍경이 강릉만의 관광자산이다.

 

강릉씨네마떼끄 관계자는 “문화는 투자 대비 수익률로 평가할 수 없는 시민 삶의 기반”이라며 “지역문화예술 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시의회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화제는 나흘이면 끝나지만 문화는 수십 년 동안 사람과 시간이 쌓여야 만들어진다. 관광도시는 건물과 방문객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동진의 스크린은 올해도 켜진다. 꺼지지 않게 지켜야 할 책임은 관객에게만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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