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꽹과리가 판을 열자 장구와 북이 뒤를 받치고, 긴 상모가 한여름 저녁 하늘에 둥근 선을 그렸다. 고창과 부산의 농악이 한자리에서 맞붙고 어우러진 순간,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진 거대한 굿판으로 변했다.
고창농악보존회와 부산농악보존회가 함께한 ‘생생한 굿판의 현장! 고창농악 상설굿판’ 마지막 공연이 지난 7월 31일 고창군 성송면 고창농악전수관에서 열렸다. 군민과 관광객들은 힘찬 풍물 가락과 판굿, 상모놀이가 이어질 때마다 박수와 추임새로 화답했다.
이번 공연은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인 ‘2026 생생 국가유산 활용사업-生生고창 굿과함께’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고창농악과 전국의 우수 농악단이 한 무대에 올라 지역마다 다른 장단과 연희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상설굿판은 5월부터 7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세 차례 진행됐다. 첫 무대에는 강원특별자치도 원주매지농악보존회가 참여했고, 6월에는 충청도 청주농악보존회가 고창을 찾았다. 마지막 공연은 경상도 부산농악보존회가 장식하며 강원과 충청, 경상 농악의 색깔을 고창의 가락과 차례로 연결했다.
7월 무대에서는 고창농악의 묵직하고 힘찬 장단과 부산농악의 역동적인 몸짓이 번갈아 펼쳐졌다. 연주자들은 꽹과리와 장구, 북, 징을 울리며 공연장을 누볐고, 상모가 빠르게 돌아갈 때마다 객석에서도 탄성이 터졌다. 단순히 앉아서 보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이 추임새를 넣고 장단을 함께 타는 살아 있는 전통문화의 현장이었다.
농악은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고 공동체의 화합을 다지던 생활문화에서 출발했다. 음악과 춤, 놀이와 재주가 한데 섞여 있으며 지역마다 장단과 대형, 의상과 연희 방식이 다르다.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세계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체 문화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고창농악은 호남 우도농악의 흐름을 잇는다. 힘차면서도 섬세한 가락과 다채로운 판굿이 특징으로, 무대 위 연주보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판을 키워가는 데 매력이 있다. 전국 농악단과의 교류로 마련된 이번 상설굿판도 서로 다른 전통을 비교하면서 농악의 넓이와 깊이를 만나는 자리가 됐다.
고미숙 고창군 문화예술과장은 “세 차례의 상설굿판에 함께해 주신 출연진과 관람객에게 감사드린다”며 “국가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도시 고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상설굿판은 막을 내렸지만 고창의 장단은 멈추지 않는다. 계절별 숙박 체험인 ‘사계절 굿스테이’와 기후위기 인식 개선 활동을 결합한 ‘생생퍼레이드’가 오는 11월까지 이어진다. 박물관 유리장 안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울리고 움직일 때, 전통은 가장 뜨겁게 살아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