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오타루의 진짜 얼굴이 나타났다. 낮 동안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붐볐던 거리는 소리를 낮췄고, 데누키코지의 작은 등불들이 하나둘 켜졌다. 화재 감시 망루를 닮은 히노미야구라 아래로 음식점의 불빛이 번지고, 좁은 골목에서는 따뜻한 국물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나왔다. 낯선 도시인데도 이상하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골목처럼 편안했다.
길을 건너 오타루운하로 향했다. 가스등은 물 위에 길게 몸을 눕혔고, 오래된 석조 창고는 말없이 밤을 지키고 있었다. 유람선 한 척이 천천히 지나가자 수면에 머물던 불빛이 흔들렸다. 반듯했던 풍경이 잠시 흐트러졌다가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사람의 마음도 저 물결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들리지 않는 삶은 없고, 흔들린 뒤에도 다시 이어지는 빛이 있을 뿐이다.
운하의 불빛을 뒤로하고 덴구산으로 올랐다. 산 아래에서 보던 오타루는 골목과 건물의 집합이었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숨결처럼 보였다. 주황빛 도로가 바다를 향해 흘렀고, 집과 가게의 창문마다 누군가의 저녁이 반짝였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 창가에 앉아 조용히 밤을 보내는 사람. 그들의 시간이 모여 오타루의 야경이 되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카메라를 내렸다. 아름다운 풍경은 찍어두고 싶지만, 어떤 순간은 눈으로 오래 바라봐야 비로소 마음에 남는다. 오타루의 밤이 그랬다. 여행은 낯선 곳을 많이 보는 일이 아니라, 한 장면 앞에서 오래 멈출 수 있는 마음을 되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도 불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도시는 점점 멀어졌지만, 따뜻한 빛 몇 개가 마음속에 남아 함께 내려왔다. 오타루의 밤은 끝났지만, 그날의 저녁은 아직 내 안에서 천천히 흐르고 있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오타루의 밤, 불빛은 마음으로 흘렀다](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legacy-live/734853c39c1a75f5c40ca3a3d519ebedbb246516.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