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햇살은 뜨거웠지만 숲길은 달랐다. 메타세쿼이아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길에는 짙은 초록 그늘이 드리워졌고,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은 한여름의 열기를 조용히 밀어냈다. 익산 아가페정양원의 정원은 발걸음을 재촉하기보다 천천히 걷게 만드는 곳이다.
수십 년 세월을 품은 나무들은 한 줄로 길을 지키고 있었다. 거대한 줄기마다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마치 초록빛 터널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숲은 아무 말 없이 마음을 쉬어가라고 손짓했다.
8월의 여행은 화려한 풍경보다 시원한 쉼이 더 간절하다. 이곳에서는 그 쉼이 특별한 장치 없이도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늘 아래 벤치에 잠시 앉아 있기만 해도 바람이 등을 스치고, 흙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어느새 숲속으로 흩어진다.
아가페정양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정원이 아니다. 오랜 시간 생명을 돌보고 사람을 품어온 공간이기에 풍경에도 따뜻한 온기가 배어 있다. 잘 다듬어진 정원과 계절꽃,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은 자연이 주는 위로가 무엇인지를 조용히 들려준다.
여행은 때로는 많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 오래 머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익산의 여름은 이 숲길에서 더욱 깊어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변함없이 초록을 지켜온 나무들처럼, 오늘의 마음도 이 길을 걸으며 조금은 단단해진다. 올여름, 무더위를 피해 찾은 익산 아가페정양원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숲이 건네준 고요한 위로일 것이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초록이 가장 깊어지는 계절, 익산 아가페정양원의 여름](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legacy-live/93b5b2df7684d116449e680887b38515ebd746ac.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