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정읍의 철현금과 남해의 거문고가 한 무대에서 만나고, 판소리 가락 위로 달마도가 그려진다. 전북 정읍과 경남 남해가 서로의 소리와 풍경을 꺼내놓는 영호남 문화예술 잔치가 한여름 밤 연지아트홀에서 펼쳐진다.
경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전북문화관광재단과 함께 오는 8월 5일 오후 7시 정읍시 연지아트홀에서 ‘2026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호남권 교류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공연 제목은 ‘우리가 남이가! 정읍, 남해지’다. 경상도에서 친근한 사이를 강조할 때 쓰는 말에 정읍과 남해를 더해 영호남 화합의 뜻을 담았다. 두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단체 관계자 25여 명이 참여해 음악과 미술, 미디어아트, 춤이 어우러진 다섯 개의 무대를 선보인다.
첫 무대에서는 정읍을 대표하는 철현금산조와 남해 한갑득류 거문고산조가 만난다. 쇠줄을 울려 거칠고 깊은 음색을 내는 철현금과 묵직한 거문고 가락이 장단을 주고받으며 동서 화합의 문을 연다. 서로 다른 뿌리에서 이어온 두 산조가 한 무대에서 어떤 호흡을 만들어낼지가 관람 포인트다.
남해의 바다 풍경도 정읍으로 옮겨온다. 명승이자 국가중요어업유산인 지족해협 죽방렴을 미디어아트로 풀어내고, 성악 혼성 4중창이 가곡 ‘보리밭’을 들려준다. 빠른 물살에 대나무발을 세워 멸치를 잡아온 남해 어민의 지혜와 서정적인 선율이 겹치며 색다른 장면을 만든다.
미술과 판소리의 만남도 준비된다. 남해의 문화 콘텐츠인 달마도 그리기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정읍 명창의 판소리가 무대를 채운다. 붓끝에서 완성되는 달마의 표정과 소리꾼의 농익은 가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일군 남해 독일마을 이야기는 버스킹 공연으로 펼쳐진다. 이국적인 건축물 너머에 담긴 이주와 귀향의 시간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마지막에는 남해 지역가수와 정읍국악협회 예술인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두 지역의 화합을 노래한다.
공연장 밖에서도 문화 체험이 이어진다. 문화요일 머그컵 만들기와 스텐실 스카프 제작, 행복사진 촬영 프로그램이 마련돼 관객이 직접 행사의 한 장면을 완성할 수 있다. 공연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으로 만들고 사진을 남기며 정읍과 남해의 문화를 가까이 만나는 자리다.
이번 교류는 지역 특화 콘텐츠를 다른 권역에 소개하고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 무대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바다와 섬을 품은 남해, 전통예술의 깊은 뿌리를 지닌 정읍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드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관계자는 “경남의 우수한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를 호남권에 알리고 문화예술로 영호남이 소통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지역 교류 모델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지역을 가르던 경계는 소리 앞에서 낮아진다. 정읍과 남해가 함께 만드는 이날의 무대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인사를 ‘우리는 하나다’라는 대답으로 바꿔놓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