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경주 도심에서 멀리 떠나지 않아도 강과 숲, 천년고도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형산강과 북천이 만나는 절벽 위에 자리한 금장대다. 누각에 오르는 순간 시야가 활짝 열리고, 굽이치는 물길 너머로 경주 시가지와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금장대는 경주를 대표하는 옛 경승지다. 신라시대부터 전해오는 ‘삼기팔괴’ 가운데 하나인 ‘금장낙안’의 무대로 알려져 있다. 풍경이 어찌나 빼어났던지 하늘을 날던 기러기마저 내려앉아 쉬었다는 이야기가 이름에 담겼다.
현재의 금장대는 경주시가 옛 상징성을 되살리기 위해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2012년 모습을 갖췄다. 전통 누각과 진입로, 담장, 주차장, 야간조명 등이 함께 정비돼 누구나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전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차장에서 누각까지 이어지는 길도 길지 않아 가족 여행객이나 가벼운 산책을 원하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누각에 서면 금장대의 진짜 매력이 드러난다. 형산강과 북천이 합류하는 물길이 발아래로 이어지고, 오래된 도시 경주가 산과 강 사이에 포근하게 들어앉는다. 여름에는 짙어진 숲과 푸른 강물이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강변의 갈대와 단풍이 누각의 단청과 깊은 색채를 만든다. 해가 기울면 강물 위로 노을이 번지고, 밤에는 조명이 켜진 누각과 도심 불빛이 또 다른 풍경을 펼쳐 보인다.
금장대의 시간은 신라시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누각 아래 절벽에서는 1994년 청동기시대 암각화가 발견됐다. 바위 표면에 새겨진 검파형 문양과 여러 기하학적 무늬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과 신앙을 짐작하게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여행지이면서 수천 년 전 사람들의 흔적을 마주하는 역사 현장인 셈이다.
문학의 향기도 짙다. 절벽 아래 깊은 물길인 예기소 일대는 경주 출신 소설가 김동리의 대표작 ‘무녀도’가 태어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무녀 모화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흐르는 작품 속 배경을 떠올리며 강을 바라보면, 금장대의 고요한 풍경에도 묵직한 서사가 더해진다.
강변에는 데크 산책로가 놓여 있고 형산강을 따라 걷는 길과 자전거길도 이어진다. 금장대에 올라 전망을 감상한 뒤 물길을 따라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로 주변을 둘러보기 좋다. 주차장 인근 나룻배 조형물도 누각과 강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촬영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서은숙 경주시 홍보담당관은 “금장대는 경주의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망 명소”라며 “사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역사문화 관광자원을 널리 알려 더 많은 관광객이 경주의 매력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리단길과 대릉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금장대에는 강물처럼 오래 흐르는 경주의 시간이 있다. 누각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고 물길을 내려다보는 순간, 기러기마저 쉬어갔다는 옛이야기가 더 이상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