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한반도 서남해안을 끝없이 수놓은 검은 황금,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영토를 성대하게 넓혔다. 7월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충남 서산, 전남 여수와 고흥, 무안의 갯벌이 새롭게 세계유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과 보성-순천 갯벌이 처음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5년 만에 이뤄낸 눈부신 성과다. 이번 2단계 등재 확정으로 한국의 갯벌은 기존보다 보호 구역 면적이 22%나 크게 늘어났다. 세계유산 가운데 경계를 대폭 수정하는 '중대한 경계 변경'에 성공한 것은 국내 최초의 일이다.
이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기까지의 지난한 여정은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르며 벅찬 첫발을 내디뎠지만, 2018년 야심 차게 제출한 등재 신청서는 지도 축척 문제와 보존 및 관리 주체 불명확 등을 이유로 사상 초유의 반려 판정을 받았다. 뼈아픈 실패를 거울삼아 국내외 전문가들과 밤낮없이 서류를 보완해 2019년 재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이번에는 예기치 못한 전 세계적 팬데믹이 앞길을 막아섰다. 세계유산위원회 심사 자체가 1년이나 미뤄지는 악재가 겹쳤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받아 든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평가표에는 또다시 '반려'라는 차가운 단어가 적혀 있었다. 철새가 오가는 중요한 기착지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유산 구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사실상 불합격 선고와 다름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한국은 신청 철회 대신 과감한 정면 돌파를 택했다. 두 달 남짓한 촌각을 다투는 시간 동안 21개 위원국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갯벌과 인접한 지자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화상 회의를 통해 유산 범위 확대를 이끌어냈다. 이 극적인 막판 뒤집기 전략은 결국 2021년 대한민국의 15번째 세계유산 등재라는 기적을 낳았다.
수많은 고비를 넘어 이뤄낸 이번 2단계 확대 등재는 그 기적을 잇는 또 다른 승리다. 심사를 담당한 국제자연보전연맹 측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추진된 훌륭한 확대 등재라며 이례적인 찬사를 보냈다. 단순히 행정적인 구역 추가를 넘어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멸종위기 철새들의 서식지로서 완전성에 부합하는 지역을 새롭게 발굴해 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수많은 생명의 요람이자 생태계의 허파인 한국의 갯벌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힘을 모아 지켜야 할 위대한 자연유산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유네스코는 지역사회의 탄탄한 지지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유산 구역 확장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갯벌을 하나의 완벽한 연속 유산으로 빚어내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춰 서 안 된다.
아직 세계유산이라는 이름표를 달지 못한 수많은 핵심 갯벌들이 온전한 보호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를 최전선에서 이끌었던 문경오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글로벌 연구훈련센터 부센터장은 "국가유산이나 환경 분야를 떠나 사회 전반적으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우리가 지켜낸 이 검은 생명선이 후대에도 영원히 숨 쉴 수 있도록, 이제는 온 국민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갯벌의 내일을 응원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