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표준시
전국날씨날씨 불러오는 중…
2010.5~현재 · 누적 방문자 집계 중

이 기사를 다른 언어로 읽어보세요

트래블아이에서 저장한 영어·일본어·중국어 번역본을 언어별 주소로 불러옵니다.

해외

아이슬란드 흐빗세르쿠르...검은 모래 끝에 선 돌짐승

파도와 바람이 빚은 바위문, 북극의 해변에서 마주한 압도적인 침묵

검은 해안과 푸른 하늘 사이, 시간이 멈춘 듯한 아이슬란드 북부의 풍경

최치선 기자
아이슬란드 흐빗세르쿠르...검은 모래 끝에 선 돌짐승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아이슬란드 북부 바튼스네스 반도 동쪽 해안에 자리한 흐빗세르쿠르는 바다 위로 약 15m 솟은 현무암 해식기둥이다. 거대한 짐승이 바닷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인 듯한 모습으로 북아이슬란드를 상징하는 자연 명소 가운데 하나다.

 

메인1.jpg
흐빗세르쿠르 전경(사진=최치선 기자/트래블아이)

카메라가 처음 담아낸 것은 거칠게 갈라진 절벽과 검은 모래사장이었다. 풀빛이 드문 바위산 아래로 잿빛 해변이 길게 이어지고, 그 너머에는 차갑고 짙은 바다가 누워 있었다. 바람과 파도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사람의 발길이 닿았다는 흔적조차 금세 지워질 것 같은 해안이었다.

 

절벽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넓은 하늘이 열렸다. 구름은 낮게 흘렀고 햇빛이 드러날 때마다 검은 모래와 바다의 색이 달라졌다. 푸른 하늘 아래 놓인 해변은 황량했지만 쓸쓸하지 않았다. 오히려 꾸밈없는 자연이 주는 단단한 평온이 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자주 만나는 장면이지만, 이곳의 침묵은 유난히 깊었다.

 

완성iceland_sub2_black_sand_coast.jpg
검은모래해안풍경(사진=최치선 기자/트래블아이)

발밑의 모래는 화산재처럼 검고 고왔다. 신발이 닿을 때마다 얕은 자국이 남았지만 바닷물이 밀려오면 흔적은 금세 사라졌다. 햇살은 밝았지만 공기는 서늘했고, 바람이 세게 불 때면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됐다. 화면 너머로도 아이슬란드 해안 특유의 차갑고 맑은 기운이 전해졌다.

 

멀리 바다 한가운데 검은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가갈수록 흐빗세르쿠르는 바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보였다. 두 개의 커다란 구멍 사이로 파도가 드나들고, 울퉁불퉁한 표면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층층이 남아 있었다. 코끼리 같기도 하고 코뿔소 같기도 한 실루엣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해안 가까이 내려서자 바위의 크기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잔잔한 물결이 바위 아래를 스치고 작은 파도가 검은 모래 위에서 하얗게 부서졌다. 여행자들은 삼각대를 세우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는 짧은 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주변은 고요했다. 바위 위를 선회하는 새들과 먼 산줄기까지 한 화면에 들어오자,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거대한 자연의 무대라는 사실이 실감났다.

 

완성iceland_sub3_travelers_hvitserkur.jpg
흐빗세르쿠르를 촬영하는 여행자 (사진=최치선 기자/트래블아이)

흐빗세르쿠르 앞에서는 서둘러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어렵다.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고 구름이 움직일 때마다 풍경이 새롭게 바뀌기 때문이다. 검은 바위가 햇빛을 받는 순간에는 표면의 결이 선명하게 살아났고, 구름이 가리면 다시 깊은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았다. 몇 분 사이에도 바다는 파랑과 은빛을 오갔다.

 

여행은 때로 많은 것을 보는 일이 아니라 한 장면 앞에 오래 머무는 일이다. 아이슬란드 북쪽의 검은 해변에서 흐빗세르쿠르는 그 사실을 말없이 보여줬다. 파도는 계속 바위를 두드렸고 바위는 그 자리에서 바다를 바라봤다. 떠나는 순간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돌짐승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북극의 물을 마시고 있었다.

 

 

#아이슬란드여행#흐빗세르쿠르#바튼스네스반도#북유럽여행#트래블아이

KEEP EXPLORING

이어서 읽을 여행기사

검색하거나 + 버튼을 눌러 같은 섹션의 기사를 계속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