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천년 전 고려의 불꽃이 부안에서 다시 타오른다. 흙을 빚고 불을 다루는 도예가들이 한곳에 모여 작업하고 배우며 작품을 선보일 ‘도예가 창작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고려청자의 고장 부안이 옛 가마터의 명성을 오늘의 창작과 여행으로 이어갈 새로운 출발점이다.
부안군은 지난 16일 부안청자박물관에서 도예가 창작지원센터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을 알렸다. 행사에는 권익현 부안군수를 비롯해 부안군의회 의원, 지역 도예인, 관계기관과 주민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창작지원센터는 도예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마련된 복합 창작공간이다. 흙을 다듬고 형태를 만드는 창작공방과 작품을 완성하는 가마실을 갖췄다. 개인 작업에 그치지 않고 작가 간 교류와 공동 작업, 전시, 교육까지 이어지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동안 지역 도예인들은 작품을 제작할 공방과 대형 가마를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을 안아야 했다. 센터가 가동되면 창작 기반이 한층 탄탄해지고, 신진 작가 발굴과 전문 도예인 양성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주민과 여행자가 참여하는 도자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부안은 전남 강진과 함께 고려 중기 청자를 대표하는 생산지다. 보안면 유천리와 진서리 일대에서는 12∼13세기 대규모 가마가 운영됐다. 왕실과 귀족층이 사용했던 수준 높은 청자부터 생활용 그릇까지 다양한 도자기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유천리와 진서리 청자요지는 당시의 가마 구조와 제작 기술을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유적이다. 비취색 유약과 섬세한 문양, 흙과 불이 만들어낸 부안 청자의 아름다움은 현재 부안청자박물관 전시와 체험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창작지원센터는 과거를 보존하는 박물관과 현재를 만드는 작업실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물관에서 천년 청자의 역사를 살핀 뒤 센터에서 오늘의 도예가들이 작품을 빚는 모습을 만나는 문화여행 동선도 가능해진다. 내소사와 곰소염전, 곰소항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면 부안의 자연과 음식, 공예를 함께 즐기는 체류형 여행으로 확장할 수 있다.
부안군은 센터를 중심으로 도예작가 창작 지원과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고려청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작품 전시와 판매, 교육, 체험이 이어지면 지역 도예인에게는 활동 무대가 넓어지고 여행자에게는 부안을 기억할 새로운 콘텐츠가 생긴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도예가 창작지원센터 준공은 부안 도예문화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뜻깊은 출발”이라며 “부안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예문화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자는 흙을 빚는 손과 뜨거운 불, 오랜 기다림이 만나야 완성된다. 부안이 지켜온 천년의 전통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새롭게 문을 연 창작지원센터가 옛 청자의 빛깔을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리고, 부안을 찾는 여행자에게 오래 기억될 문화의 길을 열어갈지 기대가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