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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40명이 해변에 누웠다…원산도 하늘이 예술이 된 날

2027 제1회 섬비엔날레 첫 사전 프로그램 성료

세계 98번째 ‘사일런트 스카이’…바람과 파도까지 작품으로

김보라 기자
40명이 해변에 누웠다…원산도 하늘이 예술이 된 날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보령 원산도 해변에 시민 40여 명이 나란히 누웠다.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본 30분, 파도 소리와 바람의 감촉, 천천히 흐르는 구름까지 하나의 예술이 됐다.

 

icon3. (사진 밑에 영어 캡션 수정 및 제외하시면 안됩니다).jpg
섬비엔날레 사전 프로그램(ㅔ공=보령시)

(재)섬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지난 16일 원산도해수욕장에서 2027 제1회 섬비엔날레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첫 사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무대도 객석도 따로 없었다. 참가자들이 모래 위에 몸을 내려놓는 순간 푸른 해변 전체가 거대한 전시장으로 바뀌었다.

 

행사를 이끈 작품은 네덜란드 설치미술가 로프 스베이러의 참여형 퍼포먼스 ‘사일런트 스카이 프로젝트’다. 참가자들은 같은 방향으로 누워 말없이 하늘을 응시했다. 무엇을 보거나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없었다. 잠시 멈추고 자연의 움직임을 느끼는 행위 자체가 작품의 전부였다.

 

2004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와 독일, 인도, 케냐 등 세계 여러 지역을 거쳤다. 원산도 무대는 전 세계 98번째 여정이다. 스베이러는 2009년 전남 강진에서도 같은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드림스케이프’와 ‘워킹 트리’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이날 공개모집으로 모인 시민들은 평소 지나쳤던 감각을 다시 만났다. 눈앞에는 끝없이 열린 하늘이, 귓가에는 파도와 바람이 머물렀다. 한 참가자는 “하늘만 바라보는 시간이 이렇게 깊은 휴식이 될 줄 몰랐다”며 “예술이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충분히 경험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원산도의 자연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며, 섬을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전했다. 관람객이 작품 밖에 서는 대신 직접 풍경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조직위는 앞서 지난 9일부터 이틀간 원산도와 보령머드테마파크에서 사전 국제 심포지엄 ‘예술의 수평선’을 열었다. 국내외 공공예술 전문가들은 섬과 바다라는 생태환경을 전시장으로 확장하는 방법과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드는 비엔날레의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내년 본행사를 앞두고 섬비엔날레의 색깔을 미리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섬을 주제로 열리는 제1회 섬비엔날레는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움직이는 섬: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펼쳐진다.

 

고효열 조직위 사무총장은 “하늘 한 번 제대로 올려다보기 힘든 시민들에게 일상을 벗어난 감각적 경험이 됐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모습을 드러낼 섬비엔날레 본행사에도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날 원산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하나의 예술이 됐다. 바다와 하늘, 사람이 한 화면에 놓인 첫 사전 프로그램은 섬비엔날레가 건물 안의 전시를 넘어 자연과 삶을 잇는 축제가 될 것임을 조용히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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