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배가 항구에 닿자 바람부터 달랐다. 짠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비탈진 마을을 훑고 지나갔다. 울릉도 여행은 도착하는 순간보다 해안도로에 올라선 뒤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창밖으로 절벽이 바짝 다가왔다가 사라지고, 터널을 빠져나올 때마다 전혀 다른 바다가 펼쳐진다.
북면 해안을 따라가자 검은 바위기둥이 수면 위로 치솟았다. 삼선암이다. 멀리서는 두 개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세 개의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울릉도의 풍광에 마음을 빼앗긴 세 선녀가 하늘로 돌아갈 시간을 놓쳐 바위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잿빛 구름이 내려앉은 날에는 바위의 주름과 갈라진 틈이 더욱 또렷해진다.
길은 파도와 나란히 이어진다. 절벽 아래로 난 좁은 도로를 돌아설 때마다 삼선암은 크기와 모양을 바꾼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면 잠시 내려 바람을 맞는다. 거칠게 일어난 물결과 바위에 부딪혀 흩어지는 포말이 섬의 적막을 깨운다.
삼선암을 지나면 울릉도와 관음도를 잇는 푸른 연도교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 섬 안으로 들어가면 본섬의 절벽과 바다에 떠 있는 바위들이 한눈에 잡힌다. 관음도는 2012년 보행교가 놓인 뒤 걸어서 여행할 수 있게 된 섬이다. 전망대에 서면 지나온 삼선암과 울릉도 북동쪽 해안선이 한 폭의 그림처럼 겹쳐진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출입이 통제될 수 있어 방문 전 운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높은 길에서 내려다본 항구는 잠잠했다. 방파제 안쪽에 배들이 몸을 낮추고, 산자락 아래 집들이 층층이 붙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파도와 맞서던 섬이 항구 안에서는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저녁 무렵 시장으로 들어서자 오징어가 바닥 가득 놓였다. 갓 손질한 오징어의 붉은빛과 물기, 상인들의 손놀림이 항구의 밤을 채웠다. 울릉도의 여행은 절경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한 마리의 오징어와 좁은 비탈길, 파도를 견디며 살아온 섬사람들의 하루까지 만나야 비로소 한 바퀴가 완성된다.

![[울릉도 여행] 삼선암·관음도 따라 달리는 일주도로 스케치](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legacy-live/e161a73c35ac1913749e5891d557686c945806f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