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칠갑산 자락을 돌아 청양군 대치면 장곡길로 들어서자 둥글게 솟은 황토빛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백제 토기를 굽던 가마를 닮은 외관이다. 푸른 잔디와 지붕 위 태양광 패널, 완만한 산등성이가 겹치면서 오래된 백제와 오늘의 청양이 한 장면에서 만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흙, 불, 혼의 예술’이라는 문장 아래 청양에서 피어난 백제 문화유산이 펼쳐지고, 전시장 안쪽에는 1500년 전 토기가마 발굴 현장이 웅장하게 재현돼 있다. 낮은 흙바닥과 검게 그을린 가마 입구를 바라보면 흙을 고르고 불을 지키던 장인의 시간이 금세 가까워진다.
청양은 웅진·사비시대 백제 도성에 기와와 전돌, 토기를 공급했던 생산 거점이다. 정산면 학암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가마터와 유물이 확인됐고, 박물관은 그 흔적을 청양의 역사와 함께 풀어낸다. 토기와 도자 체험, 민속자료와 근현대 생활상까지 이어져 아이와 어른이 각자의 속도로 관람하기 좋다.
가족여행이라면 바로 옆 어린이백제체험관도 놓치기 어렵다. 백제문화마을과 칠갑어드벤처, 청양예술마을을 놀이처럼 경험하는 공간으로 하루 5회 예약제로 운영된다. 주말에는 회차가 빠르게 차므로 방문 전 예약하는 편이 안전하다.
오전 관람을 마친 뒤에는 칠갑산 장승공원으로 길을 잇는다. 350여 기의 장승 사이를 걷고, 칠갑산 남쪽의 천년고찰 장곡사에서 상·하대웅전과 오래된 불상을 둘러보면 하루 코스가 단단해진다. 박물관과 장승공원, 장곡사는 청양의 대표 당일 여행길로도 연결돼 있다.
백제문화체험박물관은 3월부터 10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은 오후 5시에 마감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일반 2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청양의 백제는 화려한 왕궁보다 흙과 불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가마의 어둠을 지나 장승과 절집으로 이어지는 길은 짧지만, 주말 하루를 1500년 전으로 데려가기에는 충분하다.

![[주말 여행] 가마 속으로 들어간 듯, 청양에서 만난 백제의 불](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legacy-live/2c4957c2df9e03fec8aabdfa15fff91276fdda5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