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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밀양 얼음골...한여름에 얼음이 언다

얼음골의 냉기에서 호박소의 물빛, 영남알프스 하늘길까지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밀양 얼음골...한여름에 얼음이 언다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뜨거운 볕이 천황산 자락을 달굴수록 바위틈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온다. 경남 밀양 얼음골은 여름과 겨울의 질서가 뒤바뀌는 곳이다. 해발 600m 안팎의 너덜지대에서는 한여름에도 얼음이 맺히고, 겨울이면 오히려 따뜻한 기운이 피어오른다. 바위 사이로 손을 가까이 대면 산속 깊은 곳에서 건너온 듯한 냉기가 피부를 스친다. 삼복더위에도 얼음이 살아 있는 풍경 앞에서는 계절을 안다고 믿었던 마음마저 잠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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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 결빙지(사진=최치선 기자)

얼음골에서 내려와 계곡을 따라가면 백옥빛 화강암 사이에 깊고 푸른 물웅덩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밀양 8경 가운데 하나인 호박소다. 오랜 세월 물살이 바위를 깎아 절구처럼 둥근 소를 만들었다. 맑은 물빛은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헤아릴 수 없는 깊이와 서늘함이 느껴진다. 이무기가 살았다는 이야기와 가뭄 때 비를 빌었다는 전설이 겹치며, 호박소는 단순한 계곡이 아니라 자연을 두려워하고 의지했던 사람들의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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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골 호박소(사진=최치선 기자)

밀양의 여름을 더 높이 만나고 싶다면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에 오른다. 객차가 숲을 벗어나자 천황산의 바위 능선과 깊은 계곡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약 10분 뒤 해발 1,020m 상부역사에 닿으면 공기의 결부터 달라진다. 하늘사랑길을 따라 녹산대 전망대로 걸으면 백운산과 천황산 능선, 멀리 밀양평야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골짜기를 타고 올라온 바람은 땀을 식히고, 산 아래에서 복잡했던 마음까지 조용히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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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케이블카와 하늘정원(사진=최치선 기자)


얼음골의 냉기와 호박소의 물소리, 케이블카 너머로 이어지는 초록 능선. 밀양의 여름은 더위를 피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불볕 아래 숨겨진 차가운 계절을 발견하고, 오래된 산과 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이는 여행이다. 돌아오는 길에도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던 그 서늘한 숨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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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백련사 입구(사진=최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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