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평창 돌문화체험관 야외에 들어서자 산자락 아래 검은 돌기둥들이 길게 몸을 세우고 있었다. 반듯하게 잘라낸 듯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높이로 솟은 돌들은 하나의 거대한 파도처럼 이어졌다. 바다는 없었지만, 오래전 아이슬란드 레이니스피아라 해변에서 마주했던 검은 모래와 주상절리의 풍경이 불현듯 되살아났다.
그곳에서는 북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절벽 아래로 밀려들었다. 검은 해변은 젖은 밤처럼 빛났고, 수직으로 늘어선 현무암 기둥은 땅속 깊은 곳에서 식어버린 불의 흔적처럼 보였다. 제주 중문대포해안의 주상절리가 바다를 향해 병풍처럼 펼쳐진다면, 레이니스피아라의 돌기둥은 하늘과 바다 사이에 세워진 거대한 신전 같았다.
평창의 돌기둥은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빚어진 조각이다. 그러나 낯선 대륙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힘은 충분했다. 돌 사이로 어린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뒤편의 산과 푸른 하늘이 겹쳐지자 조각은 어느새 주변 풍경의 일부가 됐다. 바람이 돌 표면을 스칠 때마다 보이지 않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여행은 때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두 장소를 한순간에 이어준다. 아이슬란드의 검은 해변과 제주 바다, 그리고 평창의 산속 뜰이 돌기둥 하나를 사이에 두고 포개졌다. 오래전 바다에서 마주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평창의 조용한 돌벽 앞에서 다시 한번 검은 파도가 되어 밀려왔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평창에서 만난 검은 바다의 풍경](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legacy-live/5334c24938661f2a900cd3557d028c1d6947588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