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우아한 왈츠와 클래식 선율이 흐르던 오스트리아 빈의 여름이 올해는 심장 뛰는 한국의 리듬으로 요동친다. 유럽 현대무용의 최전선에서 한국 특유의 신명과 파격적인 몸짓이 한여름 무더위보다 뜨거운 에너지를 뿜어낼 채비를 마쳤다.
오스트리아 빈 전역에서 7월 9일부터 8월 9일까지 한 달간 펼쳐지는 국제 현대무용 축제 ‘임풀스탄츠(ImPulsTanz) 2026’ 무대의 주인공은 단연 한국이다. 1984년 시작돼 매년 여름 빈을 춤의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이 거대한 플랫폼에 올해 한국이 주빈국으로 우뚝 섰다. '포커스 코리아'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의 춤이 국제 무대에서 어떤 파괴력을 지니는지 증명할 절호의 기회다.
축제의 심장부는 세계적인 안무가 안은미의 무대가 꿰찼다. 그의 대표작 ‘동방미래특급’은 서양인들이 아시아에 품고 있는 진부한 시선을 산산조각 낸다. 강렬한 원색의 퍼레이드, 심장 박동을 끌어올리는 빠른 리듬, 무대를 집어삼킬 듯한 과감한 움직임이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동양을 정적인 풍경으로 가두지 않고, 펄떡이는 미래적 에너지로 재탄생시키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다.
이어지는 ‘북한춤’은 분단이라는 무거운 정치적 주제를 날것의 몸짓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오랜 시간 북한의 전통춤과 민속춤을 파고든 끝에 현대무용의 언어로 직조해 냈다. 이념의 잣대를 들이미는 대신, 우리 몸속 깊은 곳에 각인된 춤의 본능을 일깨우며 관객에게 낯설면서도 기시감 드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한국 춤이 지닌 묵직한 역사성과 날카로운 동시대성이 무대 위에서 강렬하게 충돌한다.
남혜지 안무가의 ‘만신’은 한국의 샤머니즘을 동시대 예술로 끌어올렸다. 전통 굿판이 그저 과거의 민속적 재현에 머물지 않고,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와 현대의 감각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스파크를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다. 몸과 소리, 의식이 하나로 엉키며 만들어내는 기운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유럽 관객들의 영혼을 흠뻑 적실 예정이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땀 흘리며 직접 뛰어드는 체험의 장도 열린다. 현대무용 창작 워크숍은 물론,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K팝 댄스 클래스,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하는 토크 세션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빈 곳곳을 채운다. 무대 위 예술과 거리의 대중문화, 과거와 현재가 쉼 없이 교차하며 거대한 한국 문화의 파도를 만들어낸다.
신동호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장은 “이번 ‘포커스 코리아’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 현대무용의 묵직한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라며 “주빈국 참여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이미지가 유럽 한가운데 깊이 각인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도시 빈은 올여름, 활화산 같은 '몸의 도시'로 변모한다. 그 중심에서 폭발하는 안은미의 색채와 남혜지의 신비로운 의례, 그리고 춤을 사랑하는 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어우러져 유럽의 한여름 밤을 한국의 춤으로 붉게 물들일 것이다. 전통과 혁신이 뒤섞인 이 역동적인 무대가 오스트리아를 넘어 전 세계 여행객들의 발길을 빈으로 이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