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대한민국 여행지도를 국민이 직접 다시 그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대한민국 명소 발굴 100×100 프로젝트’ 국민 참여 투표가 시작 일주일 만에 3만 명을 넘어서며 투표 기간을 오는 17일까지 연장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여행전문가 100인이 고른 100개의 여행 주제를 바탕으로 국민이 직접 명소를 선택하는 참여형 관광 사업이다. 주제별로 100곳을 선정해 모두 1만 개의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이름난 관광지만 다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취향과 생활 속 관심을 기준으로 지역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제는 8개 대분류로 구성됐다. 건축, 레저·스포츠·체험, 자연·생태, 라이프스타일, K-콘텐츠, 문화·예술·전통, 미식, 여행 취향이 큰 줄기다. 그 아래에는 ‘국밥·해장국’, ‘멍 때리기 좋은 곳’, ‘맨발 걷기’, ‘반려동물 여행’, ‘워케이션 성지’처럼 일상적인 여행 취향을 반영한 주제가 들어갔다. 관광지가 더 이상 풍경만으로 선택되지 않는 시대의 변화가 담겼다.
방한 관광 수요를 겨냥한 주제도 눈에 띈다. ‘케이팝 성지순례’, ‘케이-신(Scene)’, ‘K-웹툰 속 그곳’, ‘K-뷰티 성지’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이유와 연결되는 콘텐츠형 명소가 포함됐다. 드라마와 음악, 웹툰, 뷰티가 실제 여행 동선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관광정책 안으로 끌어온 셈이다.
전국 지자체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김해, 밀양, 김천 등 여러 지역이 자체 이벤트를 열고 지역 명소 알리기에 나섰다. 단순한 투표 참여를 넘어 시민이 자기 지역의 숨은 장소를 추천하고, 지자체가 이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지역관광의 새로운 경쟁이 만들어지고 있다.
투표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내 ‘여행가는 달’ 누리집에서 참여할 수 있다. 8개 대주제 중 관심 분야를 고르고, 세부 주제 안에서 가보고 싶은 명소를 선택하면 된다. 참여자는 경품 추첨에도 자동 응모된다. LG 스탠바이미 go, 외식통합권, 온누리상품권, 편의점 이용권 등 다양한 경품이 마련돼 투표 참여의 재미를 더한다.
이번 투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명소 선정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의 관광명소는 행정이나 전문가가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는 국민의 선택을 전면에 세운다. 여행자의 실제 관심이 모이면, 그동안 조용히 알려졌던 동네 맛집, 산책길, 작은 전시장, 오래된 골목도 대한민국 대표 명소가 될 수 있다.
김석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실장은 “투표 개시 일주일 만에 3만 명이 참여하고, 지자체의 협업 문의가 지속되는 등 전국적인 확산세가 뚜렷하다”며 “투표 결과가 실제 여행과 지역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홍보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여행의 기준은 점점 세밀해지고 있다. 누군가는 국밥 한 그릇 때문에 도시를 찾고, 누군가는 조용히 멍 때릴 장소를 찾아 떠난다. 또 누군가는 드라마 속 한 장면을 따라 낯선 골목에 선다. 100×100 프로젝트는 그런 개인의 취향을 모아 대한민국 여행지도를 새로 쓰는 작업이다. 국민의 한 표가 지역의 이름을 바꾸고, 숨은 명소를 다음 여행의 목적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