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강릉의 여름밤이 오페라 무대로 바뀐다. 바다와 커피의 도시로 익숙한 강릉이 이번에는 모차르트의 선율로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든다. 강릉시립합창단이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제125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이번 무대는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기념해 꾸며지는 오페라 갈라 음악회다. 천재 작곡가의 삶을 길게 설명하기보다, 가장 극적인 장면들을 한 자리에서 들려주는 방식이다. 여행 중 만나는 공연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낯선 도시의 밤, 짧은 시간 안에 한 시대의 감정과 풍경을 건너게 한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오페라의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신화적 비극의 긴장감이 살아 있는 ‘이도메네오’, 재치와 풍자가 번뜩이는 ‘피가로의 결혼’, 환상과 모험, 사랑과 지혜가 어우러진 ‘마술피리’가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합창의 장중함이 돋보이는 ‘대관식 미사’까지 더해져 성악과 합창, 오페라의 매력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이도메네오’는 트로이전쟁에서 돌아온 크레타의 왕이 폭풍 속에서 목숨을 건진 대가로 아들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비극을 품고 있다. ‘피가로의 결혼’은 하인 피가로와 수잔나가 귀족의 방해를 넘어 결혼에 이르는 하루를 유쾌하게 그린다. ‘마술피리’는 타미노 왕자가 파미나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 속에 선과 악,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를 담는다.
무대의 의미는 전문 성악가들의 기량에만 머물지 않는다. 강릉시립합창단이 운영하는 시민합창단 ‘강릉시 페스티벌 콰이어’도 함께 오른다. 객석에 머물던 시민이 무대의 일부가 되는 순간, 공연은 도시의 축제가 된다. 강릉을 찾은 여행자에게도 이 장면은 특별하다. 지역 예술이 단순한 관람을 넘어 도시의 목소리로 들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만 7세 이상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전석 1만 원이다. 러닝타임은 약 100분으로, 낮에는 오죽헌과 경포호, 안목해변을 걷고 저녁에는 공연장으로 향하는 하루 코스로도 좋다. 강릉아트센터는 교동 종합운동장길에 자리해 도심 접근성이 좋고, 여행 동선에 넣기에도 부담이 적다.
심규만 강릉아트센터 관장은 “좋은 소리를 알게 되면, 일상은 드라마가 된다”며 “모차르트의 음악이 시민 여러분의 남은 하루를 특별한 이야기로 채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 여행은 늘 바다에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 여름, 강릉의 밤은 파도 대신 합창으로 깊어진다. 낮의 강릉이 솔향과 커피 향으로 기억된다면, 9일 밤의 강릉은 모차르트의 선율로 오래 남을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을 공연장 객석에서 마무리하는 일, 그것만으로도 강릉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