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빙하와 호수, 끝없이 펼쳐진 양떼목장으로 기억되던 청정 대자연의 나라 뉴질랜드가 이제 세계 미식 지도 위에 또렷한 별을 쏘아 올렸다. 자연이 키운 순수한 식재료와 마오리 전통의 환대 정신, 그리고 젊은 셰프들의 독창적인 감각이 어우러져 뉴질랜드 여행의 패러다임을 ‘보는 여행’에서 ‘맛보는 여행’으로 완전히 바꾸고 있다.
뉴질랜드가 오세아니아 지역 최초로 글로벌 미쉐린 가이드에 합류하며 미식 관광지로서의 막강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번에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뉴질랜드’에는 오클랜드,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 퀸스타운 등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4개 도시의 내로라하는 레스토랑 110곳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첫 선정 결과임에도 성적표는 묵직하다. 2스타 레스토랑 1곳을 필두로 1스타 레스토랑 14곳, 가성비 좋은 맛집을 뜻하는 빕 구르망 35곳, 미쉐린 가이드가 추천하는 셀렉티드 레스토랑 60곳이 포함됐다. 이는 뉴질랜드가 단순한 풍경 중심의 휴양지를 넘어, 전 세계 미식가들이 찾아오는 종착지로 건너가는 분명한 신호탄이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높은 왕관을 쓴 곳은 남섬 퀸스타운에 위치한 레스토랑 ‘에센스(Essence)’다. 그림 같은 와카티푸 호수를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입지와 제철 뉴질랜드 식재료를 극한으로 살린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이며 유일한 2스타의 영예를 안았다.
에센스를 이끄는 셰프 폴 프로갓은 화려한 조리 기술이나 기교보다는 재료 본연의 결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호수와 산, 그리고 인근의 유명 와인 산지가 가까운 퀸스타운의 지형적 특징은 그 자체로 에센스가 선보이는 요리의 훌륭한 배경이자 영감이 되고 있다.
1스타 레스토랑에는 오클랜드의 아히(Ahi)와 머드브릭(Mudbrick), 탈라(Tala), 파리 버터(Paris Butter), 더 에스테이트(The Estate)를 비롯해 각 도시의 개성 넘치는 식당들이 고르게 선정됐다.
특히 오클랜드의 ‘아히’는 마오리어로 ‘불’을 뜻하는 이름에 걸맞게 장작불과 지역 토종 식재료를 중심에 두고 뉴질랜드의 전통 맛을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와이헤케섬에 위치한 ‘머드브릭’은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풍경과 함께 최상급 와인, 그리고 푸른 바다 조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화려한 파인 다이닝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빕 구르망’ 35곳의 선정도 주목할 만하다. 미식 여행가들은 오클랜드 도심의 세련된 비스트로에서 시작해 문화의 거리 웰링턴의 숨은 골목 식당, 지진을 딛고 감각적인 도시로 재건된 크라이스트처치의 로컬 맛집, 그리고 퀸스타운의 호숫가 와이너리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미식 동선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뉴질랜드 미식의 핵심은 단연 청정 식재료다. 거친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 푸른 목장에서 방목해 키운 양고기와 소고기, 계절마다 맛이 드는 채소와 과일이 레스토랑의 언어가 된다. 여기에 마오리 문화 고유의 환대 정신인 ‘마나아키탕아(Manaakitanga)’와 태평양, 아시아, 유럽의 조리법이 경계 없이 섞이면서 뉴질랜드만의 독창적인 식문화가 완성됐다.
뉴질랜드의 식탁은 그 나라의 풍경을 고스란히 닮았다. 맑은 바다와 눈 덮인 만년설, 초록빛 포도밭과 목장의 활기가 접시 위에 차례로 오른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의 첫 발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미식 여정의 시작이다.
본 기사는 현지 취재 및 뉴질랜드관광청 공식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독자들의 가독성을 위해 현장감 있는 문체로 재구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