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묵호의 오래된 골목에 사람들이 다시 머문다. 빈집은 추억의 정거장이 됐고, 교복을 입은 여행자들은 논골담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다. 동해의 바다와 어촌의 기억이 ‘묵호, 시간여행호’ 안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강원 동해시가 운영하는 ‘묵호, 시간여행호’가 논골담길의 새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방문객은 이미 지난해 연간 방문객 수를 넘어섰다. 바다를 보고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골목에 들어와 머물고 체험하는 여행으로 묵호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묵호, 시간여행호’는 논골담길 안의 공가를 활용해 조성한 공간이다. 묵호의 역사와 어구 전시를 중심으로, 교복 대여와 추억의 간식 판매, 추억의 뽑기 등 체험 요소를 더했다. 어른에게는 오래전 골목의 기억을, 젊은 여행자에게는 낯설지만 신선한 장면을 건네는 공간이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교복 대여다. 여행자들은 옛 교복을 입고 논골담길 벽화 앞에 선다. 골목 아래로는 묵호항이 펼쳐지고, 언덕 위로는 바다가 열린다. 사진 한 장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쫀드기와 사탕 같은 추억의 간식을 손에 들고 골목을 걷다 보면 묵호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여행자의 속도로 들어온다.
논골담길은 묵호의 삶을 품은 길이다. 묵호항이 번성하던 시절, 언덕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어촌의 풍경이 담장 그림과 이야기로 남아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오르면 바다를 향해 열린 집들, 어부의 기억, 오래된 항구의 표정이 차례로 나타난다. ‘묵호, 시간여행호’는 그 길 위에 체험과 휴식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 상권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관광기념품과 간식 판매가 늘고, 여행자들이 골목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변 상점과 카페를 찾는 발걸음도 이어진다. 묵호항,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해랑전망대와 연결되는 동선은 체류형 관광의 가능성을 넓힌다. 바다 위를 걷는 전망대와 하늘을 향해 열린 스카이밸리, 이야기가 쌓인 논골담길이 한 묶음의 여행 코스로 이어진다.
동해시는 운영 환경을 계속 손보고 체험 프로그램과 볼거리를 넓혀갈 계획이다. 논골담길을 단순한 벽화마을이 아니라, 묵호의 역사와 감성을 함께 만나는 체류형 관광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김선옥 동해시 문화예술과장은 “묵호, 시간여행호가 관광객들에게 묵호의 역사와 레트로 감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논골담길과 연계한 다양한 콘텐츠를 확대해 관광객들이 더 오래 머물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묵호의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 않는다. 골목과 바다 그 사이에 오래된 빈집 하나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았다. ‘묵호, 시간여행호’는 동해 여행이 바다를 보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묵호의 삶을 만나는 시간으로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