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정형화된 미술관의 틀을 깨부수고, 작가의 은밀한 작업실이 전시장 한복판으로 통째로 들어오는 이색적인 예술 축제가 고양시에서 펼쳐진다. 관람객들은 벽에 걸린 완성된 그림만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수동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하얀 캔버스 위에 거친 붓질이 더해지며 하나의 작품이 위대하게 탄생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목격하게 된다. 예술이 만들어지는 가장 뜨거운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작가의 치열한 영혼과 다이렉트로 소통하는 특별한 문화 여행이 시작된다.
고양특례시 예술창작공간 해움은 오는 6월 30일부터 7월 19일까지 해움 4기 입주작업자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박경종 작가의 개인전 ‘토탈 리콜: 응축의 프리즘’을 전격 개최한다. 3주간 이어지는 이번 전시 기간 동안 박경종 작가는 해움의 메인 전시장을 가상의 작업실로 완벽하게 연출하고,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작업 과정을 관람객들에게 고스란히 공개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인다.
전시 공간은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전시장 초입에 위치한 윈도우 갤러리와 오픈 로비에서는 작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초기 작업부터 최근까지 이어지는 회화의 굵직한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반면 내부 깊숙이 자리한 메인 전시공간에서는 회화를 매개로 한 작가의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이 매일 진행되며 공간의 전복을 꾀한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묘미는 관람객이 단순한 목격자를 넘어 창작의 동반자가 된다는 점이다. 작가가 3주 동안 캔버스 앞에서 쏟아내는 치열한 붓질은 단순한 가공의 과정을 넘어선다. 그동안 걸어온 스스로의 작업 세계를 다시 소환하고 뭉쳐보려는 숭고한 실천의 시간이다. 관람객들은 작업이 형성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생생한 궤적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흥미로운 전시명은 SF 영화의 거장 폴 버호벤 감독의 명작 영화 ‘토탈 리콜(1990)’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머릿속에 이식된 가짜 기억과 실제 본래의 기억 사이를 격렬하게 오가며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찾아가듯, 박경종 작가 역시 그동안 작품 전반에 흩어져 있던 예술적 관심사들을 다시 호출하고 끈끈하게 연결하며 회화적 사유를 정교하게 압축해 나간다. 추억의 로봇 만화부터 자연 사생, 한국 고유의 민화, 그리고 인간 간의 깊은 공감이라는 주제까지,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서로 다른 층위의 관심사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교차한다.
특히 박경종 작가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예술적 화두는 대상의 눈에 보이는 외형보다 그 이면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파장과 촘촘한 관계망이다. 캔버스 위에서 우연히 발생한 얼룩이나 흔적을 유연하게 수용하고, 그것이 다음 붓질과 선택에 꼬리를 물고 영향을 미치는 과정 속에서 화면은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요동치며 변화한다.
해움·새들 관계자는 “이번 토탈 리콜전은 결과물만을 뽐내는 일반적인 전시를 뛰어넘어, 예술이 고뇌 속에서 창작되는 전 과정을 대중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특별한 프로젝트”라며 “예술창작공간이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통해 회화가 살아 움직이며 만들어지는 생생한 창작의 최전선을 꼭 직접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적극 추천했다.
무더운 여름날 뇌리에 신선한 자극을 줄 이번 개인전은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전시의 대미를 장식할 스페셜 클로징 행사는 7월 17일 금요일 오후 5시에 현장에서 풍성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고양시의 숨은 문화 예술 아지트에서 작가의 숨결을 느끼며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기타 자세한 사항은 문화예술팀 유선 전화를 통해 상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