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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런던이 \'조선의 묵향\'에 취했다\'...다시 그린 세계 2026 개막

조선 후기 거장들과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감각적 만남

8월 21일까지 주영한국문화원서 유럽 관객 사로잡는다

서동휘 기자
런던이 \'조선의 묵향\'에 취했다\'...다시 그린 세계 2026 개막

[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신사의 나라 영국 런던의 중심가가 조선 시대 선비들의 깊은 묵향과 현대 한국 미술의 강렬한 필치로 물들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문화 예술 심장부에서 한국 전통 회화의 진수를 선보이는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 전시를 넘어, 시공간을 초월한 한국미의 본질을 유럽 현지에 각인시키는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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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 전시 모습(제공=주영한국문화원)

주영한국문화원은 일민미술관과 공동으로 한국화 유럽 순회전 <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을 런던 주영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 화려하게 개막했다. 국내의 우수한 문화와 예술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온 국책 해외 순회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시작 전부터 현지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조선 후기 회화의 황금기를 이끈 거장들의 명작부터 오늘날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젊은 작가들의 신작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전시의 핵심은 전통 예술의 정수인 \'문인화\'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숨 쉬듯 어우러지는 구성에 있다. 교과서나 대형 도록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겸재 정선, 표암 강세황, 추사 김정희, 심전 안중식 등 조선 후기부터 20세기를 관통하는 근현대 한국 예술의 전설적인 걸작들이 사상 최초로 유럽 관객들 앞에 실물을 드러냈다. 전시장을 찾은 현지 관람객들은 수묵의 짙고 옅은 번짐 속에 담긴 동양적 철학과 절제된 미학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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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 전시 전경(제공=주영한국문화원)

여기에 전통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현대 작가들의 활약이 더해져 전시의 생동감을 높였다. 송지인, 최수련, 최해리, 황규민 등 동시대 한국화가들은 전통 회화의 학습 방법론인 모(模), 임(臨), 방(倣)을 현대적으로 차용해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배치한 신작들을 대거 선보였다. 역사가 남긴 위대한 범본과 현재의 파격적인 변주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한국화가 가진 무한한 확장성과 정체성을 다시금 증명해 보이는 자리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부제인 \'순수와 혼종\'은 한국화라는 명칭이 거쳐온 굴곡진 역사적 궤적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동양화\'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되었던 아픔을 딛고, 해방 이후 탈식민적 의지를 담아 꿋꿋하게 재정립된 \'한국화\'의 개념은 이제 순수한 기원만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시대적 담론과 문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며 진화해 왔다. 참여 작가들은 이러한 순수함과 혼종성 사이의 역동적인 간극을 창작의 자양분으로 삼아, 전통의 원리를 철저히 따르면서도 이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대담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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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 전시 관람 모습(제공=주영한국문화원)

박효건 주영한국문화원장은 "한국화의 깊은 전통과 동시대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이번 특별전이 런던 관람객들에게 한국 미술의 진정한 깊이와 독창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념비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K-푸드나 K-팝을 넘어 K-아트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고, 우리 문화가 가진 깊은 예술적 가치를 유럽 전역에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현장의 소회를 밝혔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오감으로 한국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도 현지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차재민 큐레이터가 기획한 공공 프로그램 시리즈 \'Ways of Seeing\'은 한국의 차 문화 체험, 창의적 글쓰기, 드로잉 워크숍, 대화 프로그램 등으로 풍성하게 구성됐다. 특히 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참여형 미술 워크숍과 정기적인 도슨트 투어는 한국화의 계승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현지 교육계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시 그린 세계 2026: 순수와 혼종>은 지난 2022년 서울, 2025년 일본을 거치며 아시아권을 매료시킨 뒤 올해 드디어 유럽 대륙에 상륙했다. 이번 런던 전시는 오는 8월 21일까지 이어지며, 이후 9월 17일부터는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주벨기에유럽연합한국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겨 유럽 순회전의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원 장승업, 청전 이상범, 남정 박노수 등 한국 미술사를 빛낸 별들의 작품이 유럽 문화의 중심에서 일으킬 새로운 K-아트 바람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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