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19세기 조선의 바다에서 고래와 싸우며 아시아 전역을 누볐던 한 홍어장수의 위대한 여정이 흑산도 밤하늘 아래 화려한 축제로 부활한다. 전남 신안군은 오는 7월 4일 흑산도에서 세계마당아트진흥회 주관으로 해양 역사 인물 문순득의 삶을 기리는 \'국제 문페스타\'가 전격 개최된다고 선포했다.
이번 축제는 단순히 박제된 역사를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거친 파도를 뚫고 살아 돌아온 한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과 그가 마주했던 이국적인 문화를 마당극과 음악, 그리고 입체적인 인문학 답사로 풀어내, 섬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여름밤의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축제의 주인공인 문순득은 1801년 흑산도에서 홍어를 사서 나주 영산포로 가던 중 예상치 못한 거대한 풍랑을 만나 표류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일본에 편입되기 전이었던 류큐국(오키나와)을 시작으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여송국(필리핀), 포르투갈에 의해 문을 열었던 오문(마카오), 그리고 청나라 대륙을 거쳐 무려 3년 2개월 만에야 고향인 우이도로 기적처럼 돌아올 수 있었다. 언어도 문화도 통하지 않는 낯선 이국땅에서 오직 살아남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시아의 바다를 가로지른 그의 행적은 조선 후기 해양사의 독보적인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고향으로 돌아온 문순득은 당시 우이도에 유배 와 있던 실학자 손암 정약전을 만나 자신이 겪은 생생한 아시아 견문록을 털어놓았다. 정약전은 그의 구술을 바탕으로 조선 최초의 세계 표류기인 \'표해시말\'을 비롯해 \'운곡잡저\', \'유암총서\' 등의 값진 기록을 남겼다. 후손들에 의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전해진 이 놀라운 기록물들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전남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번 축제는 이처럼 찬란한 해양 기록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의 공연예술 콘텐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문화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축제는 메인 행사인 국제 문페스타와 체험형 인문학 강좌인 \'섬 로드 스꼴라\'라는 두 가지 큰 줄기로 짜였다. 흑산도 선착장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주행사에서는 문순득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해학과 풍자로 풀어낸 마당극 \'문순득 표류기\'가 무대에 오른다. 이와 함께 그가 거쳐 갔던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 등의 전통 음악과 무용을 현지 예술가들의 역동적인 공연으로 직접 만날 수 있어 섬 전체가 거대한 아시아 문화 교류의 장으로 변모한다. 부대 행사로 흑산도 철새박물관에서는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과 손잡고 문순득의 유물과 기록을 보여주는 특별전시도 문을 연다.
현장 소통형 프로그램인 \'섬 로드 스꼴라\'는 역사 마니아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화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엄선된 30명의 참가자는 2박 3일 동안 문순득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우이도, 비금도, 도초도, 흑산도를 차례로 누빈다. 이들은 단순히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예술과 역사 체험을 접목해 문순득이 마주했던 거친 삶의 순간들을 온몸으로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단순한 유람을 넘어 섬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이색적인 체류형 관광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문순득은 시대를 앞서간 조선의 위대한 해양 모험가이자 아시아를 가슴에 품은 선구자"라며 "신안이 자랑하는 독창적인 해양 역사 콘텐츠를 활용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공연예술 축제로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올여름 호젓하고 깊은 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축제의 열기와 남해안의 비경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7월 첫 주말에 흑산도행 여객선에 오르기를 적극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7월의 시작과 함께 일상의 답답함을 털어내고 싶다면 신안의 푸른 바다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목포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달려간 흑산도에서 만나는 홍어장수 문순득의 이야기는, 당신의 평범했던 여름휴가를 시공간을 뛰어넘는 위대한 대항해 시대의 한 장면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