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럭셔리 여행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다. 화려한 객실과 높은 가격만으로 설명되던 고급 여행이 이제는 숲의 공기, 오래된 마을의 시간, 한 끼의 미식, 몸을 회복하는 웰니스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여행·호스피탈리티 세일즈 에이전시 헤븐스 포트폴리오는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헤븐스 포트폴리오 호텔 로드쇼 2026’을 열고 한국 여행시장에 세계 주요 럭셔리 호텔과 리조트를 소개했다. 행사에는 국내 주요 미디어 파트너와 인플루언서 약 50명, 여행업계 관계자 약 70명, 참가 호텔 파트너 13개 브랜드가 참석했다.
이번 로드쇼의 핵심은 ‘진짜 럭셔리’의 재정의다. 단순히 비싼 호텔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문화와 자연, 웰니스, 미식, 디자인이 결합한 여행의 방향을 한국 시장에 보여주는 무대였다. 여행객이 호텔 안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풍경과 생활, 음식, 건축을 경험하는 방식이 전면에 놓였다.
올해는 기존 한국 초호화 여행 시장에서 이름을 알려온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카스텔팔피, 태국의 137 필라스 호텔스 앤 리조트와 함께 새로운 브랜드가 가세했다. 일본 세토내해의 아즈미 세토다와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포레스티스는 행사장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아즈미 세토다는 일본 세토내해 이쿠치지마에 자리한 고급 료칸이다. 오래된 일본 전통 가옥인 고민가와 정원을 복원해 만든 공간으로, 숙박 자체가 지역문화 체험으로 이어진다. 자전거 여행, 레몬 농장 체험, 섬마을 산책 등은 세토우치의 일상을 여행 속으로 끌어들인다. 번잡한 도시 관광보다 조용하고 깊은 체류를 원하는 한국 여행객에게 맞는 선택지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해발 1800m에 위치한 포레스티스는 산과 숲, 맑은 물과 공기를 호텔 경험의 중심에 둔다. 객실의 화려함보다 창밖의 산맥, 스파보다 회복의 시간, 식사보다 자연의 리듬을 앞세우는 웰니스 리조트다. 고산지대의 기후와 자연 요소를 활용한 프로그램은 휴식과 치유를 여행의 목적으로 삼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밖에도 중국 톈진의 파티나 톈진, 인도네시아 발리와 롬복의 오베로이 비치 리조트, 몰디브의 식스 앤 식스, 아테네의 더 돌리 앳 아크로폴리스, 모로코의 로얄 만수르 컬렉션 등이 참가했다. 각 브랜드는 해변, 고도시, 사막, 섬, 역사 지구라는 서로 다른 배경을 내세우며 고급 여행의 폭을 넓혔다.
한국 시장의 변화도 뚜렷하다. 과거 럭셔리 여행이 허니문과 기념일, 장거리 휴양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짧아도 깊은 체류, 조용한 휴식, 지역 밀착형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호텔을 고르는 기준도 객실 등급에서 건축, 철학, 식재료, 지역 연결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헤븐스 포트폴리오는 20년 넘게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럭셔리 여행 및 호스피탈리티 브랜드를 대표해왔다. 한국은 고급 여행 수요가 빠르게 세분화되는 시장이다. 이번 로드쇼는 세계의 럭셔리 호텔들이 한국 여행객을 더 섬세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럭셔리 여행은 더 이상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오래된 집을 고쳐 만든 료칸, 산 정상의 맑은 공기, 낯선 도시의 지붕 위 식탁, 섬마을의 느린 오후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이번 로드쇼는 그 변화를 한자리에 펼쳐 보였다. 좋은 여행의 값어치는 이제 가격표가 아니라, 여행자가 돌아온 뒤에도 오래 남는 감각으로 매겨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