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블아이=김보라 기자] 해외여행 항공권에 붙는 7000원이 다시 관광업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때 국민 부담을 낮추겠다며 줄였던 출국납부금이 이번에는 관광산업의 허리를 흔드는 재원 부족 문제로 되돌아왔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출국납부금 현실화, 왜 지금인가’를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조계원 의원실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한 자리다. 여행업계와 호텔업계, 학계 관계자들은 출국납부금이 단순한 부담금이 아니라 관광진흥개발기금의 핵심 재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출국납부금은 내국인이 해외로 나갈 때 항공권 등에 포함돼 부과되는 금액이다. 이 돈은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들어가 여행업계 융자, 관광인재 교육, 국내외 관광 홍보마케팅, 지역관광 활성화 사업 등에 쓰인다. 관광산업이 위기를 맞을 때 업계의 숨통을 틔우는 정책 자금의 성격도 갖고 있다.
변화는 2024년 7월 시작됐다. 정부는 출국납부금을 기존 1만원에서 7000원으로 낮췄고, 면제 대상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넓혔다. 가족 단위 해외여행객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있었지만, 관광기금 수입은 줄었다. 출국납부금은 관광기금 수익의 약 30%를 차지하는 축이다. 업계에서는 인하 이후 연간 1300억~1400억원 규모의 재원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관광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 고유가, 항공비 상승, 환율 부담은 여행업계의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역 숙박업과 여행사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세에 올라탔지만, 여전히 인력난과 운영자금 부담을 안고 있다. 외래객 유치 목표를 높이려면 해외 홍보, 다국어 안내, 지역 연계 상품 개발, 관광수용태세 개선에 돈이 필요하다. 기금이 줄면 그만큼 현장 지원도 얇아진다.
해외 흐름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일본은 7월부터 국제관광여객세를 1000엔에서 3000엔으로 올릴 예정이다. 관광객 급증에 따른 혼잡 관리와 지역 분산, 관광정책 재원 확보가 배경이다. 대만, 홍콩, 태국 등도 출국·공항 관련 부담금을 유지하며 관광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만 부담 완화에 무게를 두면서 관광 재원 확보 논의가 늦어진 셈이다.
물론 출국납부금 현실화가 곧바로 국민 부담 증가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해외여행 수요가 커진 만큼 “왜 출국할 때 더 내야 하느냐”는 반론도 예상된다. 그래서 핵심은 금액 자체보다 사용처의 설득력이다. 국민이 낸 돈이 관광업계 융자에만 머무는지, 지역 여행 인프라와 외래객 유치, 국민 국내여행 혜택으로 돌아오는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관광기금이 현장 융자와 인재 양성, 지역관광 회복의 버팀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래객 유치 확대를 위한 안내 서비스, 여행 정보 제공, 지역 여행 독려 사업에도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출국납부금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홍보·마케팅부터 국내 업계 지원까지 관광산업 전반을 뒷받침하는 마중물”이라며 “관광기금 재원 확충이 관광강국 도약의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국납부금 논의는 3000원을 더 걷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관광이 외래객을 더 불러오고, 지역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위기 때 업계를 버틸 재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관광기금의 쓰임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7000원의 논쟁은 한국 관광의 다음 체력을 묻는 질문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