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어스름한 초여름 햇살이 가득했던 지난 18일,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의 한 박물관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와 이색적인 악기 소리로 가득 찼다. 고령화 시대의 그늘인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을 털어내고, 음악을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는 특별한 외출이 시작된 순간이다.
고양시삼송동종합복지회관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 17명을 대상으로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서 문화체험 프로그램인 ‘두드림(Do Dream) 음악교실’을 열었다. 이번 나들이는 평소 일상 속에서 문화 예술 활동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어르신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정서적 안정을 선물하고자 박물관 측과 손을 잡고 마련한 자리다.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관람을 넘어 어르신들이 손끝으로 직접 소통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어르신들은 박물관 전문 강사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음악의 신 아폴론이 연주했다는 전설의 악기 ‘리라’를 직접 조립하고 제작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뚤비뚤한 손놀림이었지만 줄을 하나하나 팽팽하게 당기며 자신만의 악기를 완성해 나가는 어르신들의 눈빛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뒤이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 각국의 이색적인 민속악기들을 직접 만지고 연주하는 체험도 이어졌다.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악기에서 맑고 투명한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강의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 체험은 평소 가보지 못했던 낯선 이국의 문화를 오감으로 느끼며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어르신은 “나이가 들어 악기를 만든다는 게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나고 걱정스러웠는데, 강사 조언을 따라 직접 손으로 뚝딱 만들어보니 아이처럼 신나고 재미있었다”며 “세상에 하나뿐인, 내 손으로 만든 귀한 악기를 집 거실에 가져가 두고두고 튕겨볼 수 있어 정말 뜻깊고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삼송동종합복지회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계 전통악기를 직접 만지고 연주하는 과정을 통해 큰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신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다채로운 문화예술 참여 기회를 꾸준히 확대해 어르신들이 이웃과 소통하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든든하게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예술의 거리 헤이리에서 보낸 하루는 어르신들에게 단순한 관광을 넘어 멈춰 있던 꿈을 다시 두드리는 시간이 됐다. 낡고 굳어 가던 손끝에서 피어난 아폴론의 맑은 음률처럼, 우리 사회 소외된 실버 세대의 일상에도 더 많은 문화의 선율이 스며들기를 기대해 본다. 고향의 봄처럼 따스했던 노년의 음악 교실은 그렇게 깊은 울림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