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스시 한 점이 나오기 전, 카운터 위 잉어가 먼저 움직인다. 손끝이 닿자 비단잉어가 물살을 가르듯 달아난다. 삿포로 다누키코지에 문을 연 ‘나마라 우마이 스시도 다누키코지’는 식탁을 무대로 바꾼 7석짜리 스시집이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중심가의 다누키코지는 여행자들이 가장 쉽게 발을 들이는 오래된 상점가다. 비와 눈을 피할 수 있는 지붕 아래로 기념품 가게, 이자카야, 라멘집, 드러그스토어, 카페가 길게 이어진다. 오도리와 스스키노를 잇는 동선에 자리해 낮에는 쇼핑객이, 밤에는 식도락 여행자가 몰린다. 그 거리 5초메, 다누키코지 요코초 안에 새 스시집 하나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
가게 이름은 ‘나마라 우마이 스시도 다누키코지’. ‘나마라’는 홋카이도 방언으로 ‘아주’ ‘정말’에 가까운 말이다. 직역하면 ‘정말 맛있는 스시의 길’쯤 된다. 이름처럼 이곳은 맛만 앞세우지 않는다. 카운터 전면에 영상을 투사하고, 손의 움직임에 맞춰 비단잉어가 반응하도록 설계했다. 매장 측은 이 반응형 프로젝션 매핑 카운터를 일본 최초의 시도로 내세우고 있다.
구성은 단순하다. 메뉴는 홋카이도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오마카세 코스 한 가지, 가격은 8800엔이다. 복잡한 주문표는 없다. 손님은 자리에 앉아 셰프의 손끝과 카운터 위 영상, 접시 위 생선의 결을 차례로 따라가면 된다. 여행지에서 메뉴판 앞에 오래 멈춰 서야 했던 외국인에게도 진입 장벽이 낮다.
좌석은 카운터 7석뿐이다. 이 숫자는 작지만, 오히려 공간의 성격을 분명하게 만든다. 옆 사람의 대화보다 셰프가 쥔 밥알의 온도, 칼끝을 지난 생선의 윤기, 영상 속 물고기의 움직임이 더 가까워진다. 식사는 빠르게 소비되는 한 끼가 아니라, 1시간 남짓 이어지는 작은 공연이 된다.
삿포로는 오래전부터 해산물 여행지로 불렸다. 니조시장, 스스키노의 해산물 이자카야, 오타루로 이어지는 스시 동선까지 선택지는 많다. 그러나 ‘나마라 우마이 스시도 다누키코지’가 노리는 지점은 조금 다르다. 시장의 활기나 전통 스시야의 긴장감 대신, 홋카이도의 바다를 디지털 감각으로 다시 보여주는 방식이다. 눈으로 먼저 놀라고, 손끝으로 반응을 확인한 뒤, 입안에서 계절의 맛을 만나는 순서다.
사카이 도시키 대표는 “홋카이도가 자랑하는 일본 음식의 매력과 최신 테크놀로지가 만날 때 생기는 시너지를 소중히 여긴다”며 “먹는 행위 자체를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누키코지 지점이 세계의 손님들이 일본 문화와 홋카이도의 자연을 오감으로 만나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행자에게 이곳은 삿포로의 밤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하기 좋은 작은 목적지다. 평일 영업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금·토요일과 공휴일 전날은 자정까지 이어진다. 월요일은 쉰다. 다만 좌석이 7석뿐이라 즉흥 방문보다 예약이 안전하다. 위치는 삿포로시 주오구 미나미2조 니시5초메 6, 삿포로 플라자 2·5 빌딩 1층이다.
삿포로 여행의 즐거움은 늘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에서 생긴다. 눈 내리는 거리, 뜨거운 라멘, 신선한 스시, 오래된 아케이드. 여기에 손끝을 따라 달아나는 비단잉어가 더해졌다. 한 점의 스시가 입에 닿기 전, 이미 여행은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