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고물가와 장거리 비행의 피로감이 휴가 계획을 짓누르는 요즘, 한발 앞서 호젓한 휴식을 찾아 떠나는 ‘얼리 휴가족’의 발걸음이 일본 규슈의 숨은 소도시로 향하고 있다. 6월은 한여름 성수기의 번잡함을 피해 청량한 자연과 온천 마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온전히 독점할 수 있는 숨겨진 적기다. 특히 비행시간 2시간 안팎으로 유류세 부담 없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규슈 지역은 가장 가까운 낙원으로 꼽힌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세심한 환대로 특별한 여정을 제안하는 호시노 리조트의 프리미엄 온천 료칸 브랜드 ‘카이(KAI)’가 초여름의 청량함과 은밀한 쉼을 동시에 선사할 규슈 지역의 대표 시설 5곳을 제안한다.
일본 최고의 원천수와 압도적인 용출량을 자랑하는 오이타현 벳푸는 초여름이 되면 온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골목길이 가장 고요하고 청명해진다. ‘카이 벳푸’는 이 시기 인파 없이 쾌적하게 온천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아침에는 규슈의 푸른 바다 ‘벳푸만’을 향해 열린 개방형 족욕탕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낮에는 온천수 미스트 만들기나 전통 시보리 염색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밤이 되면 료칸 내부는 전통 온천 마을을 재해석한 ‘유노 히로바’로 변신한다.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는 실내에서 불꽃 프로젝션 맵핑과 일본 전통 축제 게임을 즐기는 ‘카이 벳푸 여름 축제’가 열려 오감이 즐겁다. 전통 의상인 ‘핫피’를 입은 직원들이 온천수와 나무통으로 경쾌한 음색을 만들어내는 ‘탕치 저그밴드’ 공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7월 26일 개최되는 규슈 대표 축제 ‘벳푸 히노우미 마쓰리(불의 바다 축제)’ 기간에는 오션 프론트 전 객실이 밤하늘의 불꽃놀이를 감상하는 최고의 특등석이 된다.
교통편: 인천 출발 직항 노선이 있는 오이타 공항(편도 약 1시간 45분)이나 후쿠오카 공항(편도 약 2시간)을 통해 쉽게 닿을 수 있다.
이용팁 : 카이 벳푸 여름 축제’의 불꽃 프로젝션 맵핑과 전통 게임은 실내에서 진행되므로 날씨와 상관없이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7월 26일 불의 바다 축제 당일은 인근 교통이 혼잡하므로, 체크인 시간보다 여유 있게 도착해 객실 내에서 불꽃놀이를 대기하는 동선이 가장 매끄럽다.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영혼까지 치유되는 온전한 쉼을 원한다면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겐고가 설계한 최정상급 럭셔리 온천 료칸 ‘카이 유후인’이 답이다. 쿠마 겐고는 “때로는 계단식 논이 일본의 전통 정원보다 더 아름답다”며 유후인의 원풍경인 다랑논을 리조트 중심에 배치했다.
이곳의 중심인 ‘다나다 테라스’에서는 초여름을 맞아 청량한 연둣빛으로 물들어 가는 계단식 논이 바람에 일렁이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웅대한 유후타케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일본 전국 2위의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유후인 온천에 몸을 뉘면, 대자연과 건축이 하나가 되는 특별한 개방감이 밀려온다. 45개의 전 객실은 초여름 밤 물가에서 조용히 빛나는 반딧불이를 모티프로 한 시그니처 룸 ‘반딧불이 바구니의 방’으로 구성됐다. 장인이 희소한 ‘시치토 골풀’로 손수 엮어낸 반딧불이 조명이 천장에서 은은하게 빛을 뿌리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한다.
교통편: 후쿠오카 공항에서 고속버스 ‘유후인 라이너’를 타고 유후인역에 도착한 후, 시설 셔틀버스(사전 예약 필수)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용 팁:리조트의 상징인 다랑논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담고 싶다면 해 질 무렵의 ‘다나다 테라스’를 주목하자. 노을빛이 논물에 반사되는 순간이 포토존이다. 유후인역에서 운행하는 시설 전용 셔틀버스는 좌석이 한정되어 있어 료칸 예약 시 반드시 함께 사전 예약을 마쳐야 한다.
◆ 카이 운젠: 해발 700m 천연 에어컨 고원에서 만나는 신비로운 우윳빛 온천
초여름의 열기를 피해 서늘한 피서를 즐기고 싶다면 나가사키현 운젠 고원의 해발 700m에 자리한 ‘카이 운젠’이 제격이다. 산 아래보다 기온이 확연히 낮아 숲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이곳의 백미는 어디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하얗고 부드러운 우윳빛 산성 온천이다. 자욱한 초여름 안개에 둘러싸인 고원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욕은 일상의 피로를 하얗게 잊게 만든다. 객실은 일본, 중국, 네덜란드의 문화가 융합된 나가사키의 역사를 반영한 ‘화화란(와카란)의 방’으로 꾸며졌다. 낮에는 활판인쇄의 발상지인 나가사키의 역사를 손끝으로 느끼는 체험을 하고, 저녁에는 감칠맛 진한 날치 육수로 끓이는 샤부샤부와 싯포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밤이 깊으면 ‘와카란 라운지’에서 이국적인 칵테일과 부드러운 밀크셰이크를 즐기며 호젓한 밤을 보내기 좋다.
교통편: 가장 가까운 나가사키 공항은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김해공항)에서도 직항 노선을 운항해 지방 출발 여행객들에게도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용 팁:해발 700m 고원 지대 특성상 초여름이라도 아침·저녁으로는 산바람이 불어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노천욕을 즐긴 후나 ‘와카란 라운지’를 이용할 때 체온 유지를 돕는 얇은 겉옷이나 가디건을 챙기는 것이 유용하다.
대자연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마주하고 싶다면 가고시마현의 ‘카이 기리시마’를 추천한다. 전 객실이 활화산 사쿠라지마섬과 가고시마만의 장관을 향해 열려 있어 탁 트인 파노라마 뷰를 선사한다. 특히 리조트 내 전용 슬로프 카를 타고 참억새 들판 한가운데로 내려가면, 광활한 대자연에 안겨 온천을 즐기는 환상적인 노천탕이 기다리고 있다.
낮에는 화산 분화 물질인 ‘시라스’ 흙을 활용한 지오 테라리움 만들기 체험이 소규모 한정으로 진행된다. 저녁에는 미나미큐슈의 독특한 반주 문화인 ‘다레야메’를 경험할 수 있는데, 깔끔한 고구마 소주에 럼 향이 감도는 아이스크림 모나카를 곁들이면 하루의 피로가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매일 밤 스태프들이 선보이는 웅장한 일본 건국 신화 ‘천손강림’ 북 연주와 춤 공연은 이곳 여정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교통편: 가고시마 공항 직항 노선을 이용하면 남규슈의 웅대한 대자연과 가장 빠르게 마주할 수 있다.
이용 팁:참억새 들판 한가운데 위치한 노천탕으로 가기 위해서는 리조트 내 전용 슬로프 카를 탑승해야 한다. 슬로프 카를 타고 내려가는 짧은 시간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가고시마만의 파노라마 뷰가 장관을 이루니 카메라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카이 나가토: 에도 시대 번주처럼 거니는 오토즈레 강변과 현대 탕치
규슈 북부와 맞닿아 있는 야마구치현의 ‘카이 나가토’는 유서 깊은 나가토 유모토 온천마을에 위치해 있다. 에도 시대 번주가 머물던 귀빈용 저택을 모티프로 설계된 이곳은 료칸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고즈넉한 여정이 시작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오토즈레 강을 따라 징검다리와 강변 테라스가 이어져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하기 좋다. 료칸이 운영하는 ‘아케보노 카페’에서 달콤한 도라야키를 구워 강가 벤치에 앉아 즐기는 여유가 백미다.
이곳은 온천의 효능을 극대화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현대 탕치’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탕 지킴이의 효과적인 입욕법 안내를 시작으로, 신의 계시로 발견되었다는 부드러운 강알칼리성 온천수를 깊이 있게 만끽할 수 있다. 입욕 후에는 나가토 전통 공예품인 ‘아카마 벼루’에 직접 먹을 갈아 소원을 적어보는 붓글씨 체험을 통해 은은한 먹향 속에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특별한 휴식이 완성된다.
교통편: 한국과 가장 가까운 규슈의 관문인 기타큐슈 공항 직항 노선을 추천하며, 료칸에서 바로 대여할 수 있는 ‘오토즈 렌터카’ 서비스를 이용해 주변 명소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다.
이용 팁: 오토즈레 강변 산책 시 료칸에서 무료로 대여해 주는 전통 나막신(게타)을 신으면 온천마을의 정취를 배로 즐길 수 있다. 주변 야마구치현의 해안 비경(모토노스미 신사 등)을 함께 둘러보려면 공항에서부터 차를 빌릴 필요 없이 료칸의 ‘오토즈 렌터카’ 서비스를 필요한 시간만큼만 영리하게 활용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