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충북 음성의 작은 마을에 잊힌 장터가 다시 섰다. 물건을 사고파는 장은 사라졌지만, 사람을 불러 모으던 장날의 온기는 축제가 되어 돌아왔다.
제1회 원남면 보내장터 축제가 20일 음성군 원남면 천주교 보천공소 일원에서 열렸다. 원남면 주민자치회가 주관한 이번 축제는 지역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울리는 첫 마을 축제로 마련됐다. 축제장은 하루 동안 옛 장터처럼 북적였다. 체험 부스 앞에는 아이들이 줄을 섰고, 먹거리 장터에는 이웃끼리 안부를 묻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는 원남 들녘에서 자란 제철 농산물이 놓였다.
보내장터 축제의 출발점은 ‘기억’이다. 원남면 보천리 일대에는 오래전 장이 열리던 시절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장날이면 마을 사람들은 소식을 들고 나왔고, 물건보다 먼저 인심이 오갔다. 농사일로 바쁜 계절에도 장터는 마을이 한 번 크게 숨을 쉬는 날이었다. 이번 축제는 그 장터의 이름을 다시 불러냈다. 오래된 이야기를 지금의 방식으로 되살린 셈이다.
축제 장소인 보천공소도 의미를 더했다. 공소는 마을 사람들의 신앙과 생활이 겹쳐 있는 공간이다. 종교시설을 넘어 마을의 시간을 품은 장소에서 장터 축제가 열린 것은 원남면이 가진 역사와 생활문화를 한데 묶어 보여준다. 낡은 장터의 추억, 공소의 고요한 풍경, 주민들이 직접 만든 축제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이날 프로그램은 세대를 가르지 않았다. 체험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불러 세웠고, 주민 참여 노래자랑은 어르신과 청년을 같은 무대 위로 올렸다. 먹거리 장터는 축제의 허기를 채웠고, 농산물 직거래 장터는 원남의 생활을 보여주는 작은 전시장이 됐다. 관광객을 위한 대형 축제라기보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마을 잔치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정겨웠다.
제4회 자랑스러운 원남면민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올해 면민대상은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 화합에 힘써온 이종민 하당2리 노인회장이 받았다. 한 사람의 수상은 곧 마을이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이었다. 축제의 박수는 무대 위 수상자에게 향했지만, 그 안에는 오래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담겼다.
반영찬 원남면 주민자치회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며, 이웃 간 화합과 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신우 원남면장은 “처음으로 열리는 보내장터 축제가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주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터는 물건을 파는 곳이기 전에 사람이 모이는 곳이었다. 원남면 보내장터 축제는 그 오래된 사실을 다시 꺼내 보였다. 보천공소 앞에 선 하루짜리 장터는 지나간 풍경의 복원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마을 축제의 첫 장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