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경주에서 유교문화의 중심축을 이끌어갈 새로운 수장들이 마침내 한자리에 모였다. 고즈넉한 대성전 마당을 배경으로 도포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지역 유림들이 가득 들어찬 가운데, 지난 16일 경주향교에서는 그야말로 묵직한 교대의 현장이 펼쳐졌다. 전통 예절의 맥을 잇고 지역 정신문화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경주향교의 전교 이·취임식과 성균관유도회 경주지부 회장의 이·취임식이 동시에 개최되면서 경주 전체가 온고지신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패를 주고받는 형식적인 자리를 넘어, 고령화되어가는 유교문화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다짐이 오간 자리였다. 현장에는 주낙영 경주시장을 비롯해 지역 유림의 원로들, 향교 관계자, 성균관유도회 회원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동안 지역 유교문화 계승과 향교 발전에 온 힘을 쏟아 부은 이종암 전임 전교와 백수청 전임 회장의 퇴임 길에는 뜨거운 박수갈채와 함께 공로를 기리는 감사패가 전달됐다. 바통을 이어받아 경주의 정신을 새로이 이끌어갈 정문탁 신임 전교와 유락 신임 회장의 어깨에는 기분 좋은 책임감이 얹어졌다.
오랜 세월 동안 경주향교는 지역 유림의 구심점으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잊혀가는 전통 예절을 바로 세우고 유학 정신을 계승하는 한편, 성균관유도회 경주지부 역시 유교문화 보급과 인성교육에 앞장서며 삭막한 현대 사회에 따뜻한 윤리적 이정표를 제시해왔다. 이날 자리에 모인 내빈들은 축사를 통해 이 두 단체가 지역 전통문화 보존에 기여해 온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이제는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열린 유교문화 확산에 조금 더 힘써 줄 것을 한목소리로 당부했다.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듯 새로 취임한 정문탁 전교와 유락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소통’과 ‘공감’을 강하게 내걸었다. 두 신임 수장은 무대에 올라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문화와 유교 정신의 숭고한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 특히 우리의 미래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친숙하게 드나들 수 있는 역동적인 향교와 유도회가 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소포를 밝혔다. 어른들만의 공간이 아닌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인성을 배우고 전통을 즐기는 문화 놀이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다.
시 주체인 경주시 역시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향교와 성균관유도회 경주지부는 오랜 시간 경주의 깊은 정신문화와 고유의 전통예절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너무나 소중한 우리 시의 문화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향교와 유림단체가 낡은 틀에 갇히지 않고 지역사회와 밸런스를 맞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특히 미래세대와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데 시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해 현장의 큰 호응을 얻었다.
천년 고도의 짙은 향기를 간직한 경주향교가 이번 새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유적이 아닌,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성을 채워줄 살아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푸른 여름날의 길목, 경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단순히 보문단지만 돌다 갈 것이 아니라 향교의 고즈넉한 툇마루에 앉아 옛 선비들의 숨결과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여행메모]
경주향교 & 주변 역사 산책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향교길 39-11 (교동)
이용 안내: 경주향교는 경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곳으로, 인근의 경주 교촌한옥마을과 곧바로 연결되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관전 포인트: 대성전과 명륜당 등 조선시대 지방 교육기관의 전형적인 건축 양식을 감상할 수 있다. 주말에는 전통혼례 재현이나 예절 교육 등 시민과 여행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하니 미리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팁이다.
주변 볼거리: 월정교, 요석궁, 최부자아카데미 등이 도보 거리에 있어 천년 고도의 밤낮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인문학 여행 코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