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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지리산 밤, 화엄사가 깨어난다

7월 덕제스님 ‘차의 세계’, 8월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

천년고찰, 음악이 만나는 야간 인문 프로그램

김보라 기자
지리산 밤, 화엄사가 깨어난다

[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지리산의 밤은 낮보다 깊다. 산문이 어둠에 잠기고 별빛이 처마 끝에 내려앉으면, 화엄사는 한낮의 관광지가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는 오래된 품이 된다. 천년고찰 지리산 대화엄사가 올여름 차와 문학, 음악을 엮은 야간 인문 프로그램 ‘화야몽’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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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제스님의 ‘차의 세계’ (제공=화엄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 본사 지리산대화엄사는 7월 18일과 8월 22일 두 차례 ‘화야몽’을 진행한다. 올해 주제는 ‘지리산 바람이 지나고, 별빛 아래 차 한 잔’이다. 이름 그대로 화엄사의 여름밤을 배경으로 차 한 잔, 음악 한 자락, 문학 한 문장이 천천히 스며드는 자리다.

 

화엄사는 지리산 자락에 안긴 구례의 대표 고찰이다. 각황전과 각황전 앞 석등, 사사자삼층석탑 등 국보 문화유산을 품고 있어 낮에는 문화유산 답사의 발길이 이어진다. 밤의 화엄사는 조금 다르다. 법당의 불빛은 낮아지고, 산바람은 조용히 마당을 지난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 시간의 결을 따라 소규모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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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작가(제공=화엄사)

첫 프로그램은 7월 18일 덕제스님의 ‘차의 세계’로 꾸려진다. 참가자는 25명으로 제한된다. 차의 역사와 정신, 차와 수행, 차를 마시는 마음, 산사에서의 차 명상을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화엄사의 밤공기 속에서 차를 마시며 바쁜 일상의 속도를 잠시 멈춘다.

 

8월 22일에는 구례 출신 소설가 정지아 작가가 화엄사를 찾는다. 참가자는 30명이다. 정 작가는 『빨치산의 딸』과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으로 가족과 역사, 이념과 삶의 문제를 깊고도 따뜻하게 풀어온 작가다. 이번 자리에서는 고향 구례, 가족의 기억,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참가자들과 나눈다.

 

두 프로그램의 문을 여는 소리는 구례향제 줄풍류다. 가야금과 대금, 해금, 단소가 빚어내는 단아한 선율은 산사의 밤과 잘 어울린다. 소리가 크지 않아 더 깊게 들리는 음악이다. 지리산 바람이 지나가는 마당에서 줄풍류가 흐르면, 화엄사의 밤은 공연장이 아니라 오래된 풍류의 자리로 변한다.

 

지역의 맛도 더해진다. 참가자들에게는 구례 목월빵집의 호밀·통밀 건강빵이 간식으로 제공된다. 산사 프로그램과 지역 먹거리가 만나는 방식이다. 관광객이 절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지고, 지역 상권과 문화도 함께 숨을 쉰다.

 

참가 신청은 6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화엄사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화야몽에 신청만 하고 참석하지 않은 사람은 올해 신청이 제한된다. 참가 확정자는 7월과 8월 각각 개별 안내된다.

 

화엄사 주지 우석스님은 “화엄사의 여름밤은 낮 동안의 분주함이 가라앉고, 지리산의 바람과 별빛 속에서 마음이 한결 고요해지는 시간”이라며 “화야몽을 찾는 분들이 천년고찰의 품 안에서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평온한 밤을 맞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여름 구례 여행의 목적지는 낮의 계곡과 숲에만 머물지 않는다. 별빛 아래 차 한 잔을 마시고, 산사의 음악을 듣고, 문학의 문장을 따라 자신을 돌아보는 밤. 화야몽은 여행이 결국 어디론가 가는 일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는 일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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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해방일기(표지)(제공=화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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