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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모니터 끄고 문 잠가라” 세기말 공포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

칸이 극찬한 역대급 일드(J-Horror) 걸작 7월 8일 개봉

현대인의 고독 파고드는 서늘한 티저 예고편 공개

서동휘 기자
“모니터 끄고 문 잠가라” 세기말 공포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

[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극장가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일본 공포 영화의 전설이 더 선명하고 기괴한 비주얼로 돌아온다. 세기말의 스산한 감성과 아날로그 모뎀 소리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심리적 압박감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명작 <회로>가 개봉 25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오는 7월 8일 국내 개봉을 전격 확정했다. 수입배급사 디오시네마는 개봉일 확정 소식과 함께 보는 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숨통을 조여오는 티저 예고편을 선보이며 올여름 극장가에 강렬한 심리 공포의 서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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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포스터(제공= ㈜디오시네마)

영화 <회로>는 기괴한 웹사이트를 발견한 대학생 료스케와 눈앞에서 동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한 미치, 두 젊은이가 마주하게 되는 세계의 붕괴와 거대한 죽음의 회로를 담아낸 호러 스릴러다. 이 작품은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인 <큐어>, <절규>와 함께 이른바 \'구로사와 기요시 공포 3부작\'으로 불리며 장르 영화의 한 획을 그은 걸작이다. 

 

지난 2001년 처음 공개될 당시에는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인 ‘인터넷’과 ‘가상 공간’을 매개로 삼아, 인류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공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특히 연결될수록 오히려 더 고립되는 현대인의 지독한 고독과 인간관계의 단절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았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서간 예언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베일을 벗은 티저 예고편은 첫 장면부터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린 정체불명의 인물이 등장해 스크린을 단숨에 압도한다. 이어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변조된 기괴한 목소리가 "도와줘"라는 말을 주술처럼 반복적으로 속삭이고, "죽음은 영원한 고독"이라는 섬뜩한 대사가 겹치며 온몸에 소름을 유발한다. 화면 곳곳을 유령처럼 잠식해 들어오는 의문의 검은 그림자들과 황량한 폐허로 변해버린 도시의 전경은 도대체 모니터 너머에서 어떤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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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스틸컷(제공=디오시네마)

무엇보다 추억의 모뎀 연결 소리와 스산한 배경 음악이 정교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연출은 영화가 가진 독보적인 불안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예고편의 대미를 장식하는 유령 같은 남자의 기괴한 움직임은 마치 모니터 화면을 뚫고 관객의 덜미를 잡을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장르적 완성도 덕분에 이 작품은 제54회 칸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거머쥐었으며,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평가상, 일본영화 프로페셔널 대상 여우주연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을 공인받았다. 해외 유력 매체들 역시 단순히 시각적 눈속임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 근원의 공포를 건드리는 어둠의 기술을 가진 영화라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야기는 일상적인 공간이 서서히 지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응시한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런 징조도 없이 먼지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에 직면한 미치, 그리고 무심코 접속한 인터넷 창에서 “유령을 만나고 싶습니까?”라는 기분 나쁜 메시지와 함께 도시를 잠식하는 검은 그림자들을 목격한 대학생 료스케의 동선이 겹치며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연인도, 가족도, 이웃도 모두 사라져 적막만 남은 세상에서 유일한 생존자로 남겨진 두 사람이 마주하는 보이지 않는 죽음의 회로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깜짝 놀람을 넘어 깊은 슬픔이 스며든 서늘한 공포를 선사할 예정이다.

 

가토 하루히코, 아소 쿠미코, 코유키 등 당시 일본 영화계를 이끌던 청춘스타들의 풋풋한 모습과 더불어 일본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의 묵직한 존재감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올드 시네필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요소다. 119분 동안 이어지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는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채 살아가는 2026년 현재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장으로 다가온다.

 

배급사 관계자는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가상 세계와 인터넷이 주는 단절감이라는 주제 의식은 지금의 사회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라며 “디지털 노이즈와 아날로그적 질감이 완벽하게 조화된 4K 리마스터링 화질을 통해, 과거 극장에서 느꼈던 그 심장 마비 같은 공포를 대형 스크린에서 온전히 다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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