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서울 병원이 여행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 치료를 위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지난해 176만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년 전 47만명 수준이던 숫자는 세 배 이상 불어났고, 서울 의료관광은 이제 도시 관광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서울 의료관광의 성장은 단순히 병원 문턱을 넘는 환자 수의 증가만을 뜻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병원으로, 진료실에서 숙소로, 회복 이후 쇼핑과 식도락으로 이어지는 동선 전체가 하나의 관광 경험으로 묶이고 있다. 성형·피부·건강검진을 찾는 아시아권 방문객은 물론 중증 치료와 정밀검진을 위해 서울을 선택하는 환자도 늘면서 도시의 의료 인프라와 관광 서비스가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이 흐름에 맞춰 의료관광 통역 코디네이터 인력풀을 1000명 규모로 넓혔다. 외국인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언어다. 진료 절차, 검사 안내, 수술 동의, 회복 관리처럼 작은 오해도 불안을 키울 수 있는 현장에서 통역 코디네이터는 환자와 의료진을 잇는 가장 가까운 안내자 역할을 맡는다.
지난 13일 서울관광플라자에서는 의료관광 통역 코디네이터 실무 역량 강화 교육이 열렸다. 교육은 책상 위 이론보다 현장
에서 바로 쓰이는 대응력에 초점을 맞췄다. 문소리 교수는 통역 발성과 커뮤니케이션 매너를 통해 신뢰를 주는 말하기를 짚었고, 김상현 이화의료원 팀장은 의료관광 실무 운영과 마케팅 경험을 나눴다. 홍현아 KMI 한국의학연구소 본부장은 국가별 환자 특성과 응대 전략을 소개했으며, 김영희 마음향기연구소 대표는 통역 코디네이터의 셀프 브랜딩과 전문성 관리법을 강의했다.
KMI 한국의학연구소 홍현아 본부장이 13일 진행된 역량강화 교육에서 수강생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제공=서울관광재단)
교육 뒤 이어진 네트워킹 시간에는 다양한 언어권 코디네이터들이 현장 경험을 꺼내놓았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환자, 보호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 검사 결과를 설명받을 때의 불안감처럼 실제 상황에서 마주한 사례들이 오갔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해결 방식을 나누며 의료관광의 품질이 결국 ‘사람의 응대’에서 완성된다는 데 공감했다.
서울 의료관광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높은 의료 기술, 촘촘한 대중교통, 호텔과 쇼핑 인프라, 한류 콘텐츠가 한 도시 안에서 연결된다. 환자는 진료만 받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회복 시간을 서울 여행으로 채운다. 병원 인근 카페와 식당, 면세점, 관광지까지 이어지는 소비 흐름은 지역 상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김명주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하반기에도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통역 코디네이터들이 외국인 환자들에게 세심한 지원과 따뜻한 신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외국인 환자들이 더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의료관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울의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병원 규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낯선 도시에서 아픈 몸을 맡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진료와 함께 불안을 덜어주는 안내다. 176만명의 발길이 증명한 서울의 다음 과제는 숫자의 성장보다 신뢰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