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초여름의 싱그러운 초록빛 청량함이 사방으로 짙어지는 6월의 한복판, 북한강 위에 떠 있는 메타세쿼이아의 천국 남이섬에 아주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평소라면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로 가득했을 섬 한편에서, 이번에는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붙인 파란 눈의 외국인 청년들이 흙냄새 가득한 논바닥으로 거침없이 뛰어든 것이다. 줄에 맞춰 조심스레 모를 심는 이들의 손길은 비록 서툴고 어설펐지만, 쌀 한 톨에 담긴 한국의 전통 농경문화를 온몸으로 배우는 얼굴에는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남이섬은 강원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과 손을 잡고 강원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20여 명을 섬으로 초청해 ‘전통 손 모내기 체험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지난 2010년 첫 삽을 뜬 이래 올해로 벌써 17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남이섬의 대표적인 친환경 문화 이벤트다. 이날 현장에는 초청된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남이섬의 임직원들, 그리고 때마침 섬을 찾았다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던 국내외 일반 관광객들까지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동참해 국적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거대한 농촌 공동체를 형성했다.
모내기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무대는 호텔정관루 뒤편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1,500㎡ 규모의 논습지다. 참가자들은 양말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맨발로 미끈거리는 진흙 고유의 촉감을 느끼며, 기계 대신 오직 손으로만 직접 모를 심는 전통 방식을 고집했다. 아시아권 국가에서 온 학생들부터 논농사가 전적으로 낯선 서구권 유학생들까지,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한국 특유의 쌀 문화와 이웃끼리 서로 돕는 품앗이·두레의 협동 정신을 피부로 깨닫는 유대감 넘치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특별히 올해 논습지를 채운 주인공은 구수한 누룽지 향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데다 찰진 식감이 일품인 ‘고향찰벼’ 품종이다. 병충해에 강해 화학농약 없이 재배하는 친환경 농법에 가장 적합한 벼로 손꼽힌다. 유학생들은 진흙 속에 모 한 포기를 심을 때마다 넘어지지 않도록 흙을 꼭꼭 누르며 정성을 쏟았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 위의 쌀 한 톨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방울과 자연의 거대한 순환이 필요한지 온몸으로 되새기는 산 교육의 현장이었다.
이러한 전통 농경 체험은 단순한 일회성 볼거리를 넘어, 남이섬이 오랫동안 고집스럽게 추구해 온 ‘생명의 섬’이라는 환경 철학과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의 가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섬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화가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차별화된 실천 사례다. 지금은 연약한 초록빛 모가 서 있는 이 논습지는 계절의 시계가 흐름에 따라 가을이 되면 은은한 황금빛 파도로 변신해 청정 남이섬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살아있는 자연 생태 교과서가 되어줄 전망이다.
남이섬 관계자는 모내기를 마친 뒤 땀을 닦으며 “기계 대신 손으로 모를 심는 고된 작업은 과거의 소중한 전통을 오늘날로 잇고 자연의 정직한 순환을 몸소 배우는 가장 가치 있는 여정”이라며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번 체험을 통해 한국의 깊은 전통문화와 생태적 가치를 편견 없이 이해하고, 청정 남이섬의 대자연 속에서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을 품고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남이섬은 이번 초여름 손 모내기를 시작으로 계절의 변화에 맞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가을에는 직접 벼를 베고 터는 ‘가을 추수 및 전통 탈곡 체험’, 겨울에는 다 함께 모여 김치를 버무리는 ‘겨울 김장 체험’ 등 사계절의 흐름과 완벽히 호흡하는 생태·문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자연 속에서 전통을 배우고 나누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물하며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관광 문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