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조용하던 초등학교 교실이 일순간 뜨거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바둑판 위에서는 매서운 수읽기로 세계 무대를 호령하던 ‘바둑 여제’가 아이들 앞에서는 다정한 동네 누나이자 언니로 변신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한민국 여자 바둑의 독보적인 일인자이자 보령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최정 9단이 고향의 어린 후배들과 마주 앉아 반상 위의 꿈과 인생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졌다.
보령시는 명천초등학교 창의융합실에서 어린이 바둑교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정 9단을 초청해 스포츠 명사 특강을 개최했다. ‘보령소녀 최정, 바둑판 위에 꿈을 두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특강은 보령 출신인 최 9단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 기사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을 고향 꿈나무들에게 진솔하게 들려주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세계 랭킹을 다투는 최고의 기사를 직접 눈앞에서 마주한 어린이들의 눈빛은 호기심과 설렘으로 반짝였다.
강단에 선 최정 9단은 어린 시절 처음 돌을 잡았던 계기부터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승부의 세계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화려한 우승 트로피 뒤에 숨겨진 치열한 노력과 고독한 집중의 시간, 그리고 뼈아픈 패배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실패 극복기 등은 어린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최 9단은 바둑이라는 엄격한 스포츠를 통해 배운 인내와 도전 정신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조근조근 설명하며,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믿고 꾸준히 실천하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에는 아이들의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바둑을 두다 지면 속상해서 울고 싶을 때 어떻게 하나요?”, “세계 일인자가 되려면 하루에 얼마나 연습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에 최 9단은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성심성의껏 답했다. 승패를 떠나 상대를 존중하는 바둑 특유의 올바른 예절과 스포츠 정신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기술 전수 이상의 큰 울림을 주었다.
이번 행사는 지역이 배출한 세계적인 스타와의 직접적인 교감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커다란 자긍심을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늘 TV 화면이나 뉴스 기사로만 접하던 영웅이 자신들과 같은 고향에서 자란 선배라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미래를 향한 커다란 꿈과 희망을 품게 만드는 확실한 기폭제가 됐다. 흑백의 돌이 부딪히는 딱딱한 바둑판을 넘어, 따뜻한 온기가 오간 교실 안은 온종일 훈훈한 열기로 가득했다.
한 수 한 수 돌을 놓으며 인생을 배워가는 바둑처럼, 보령의 아이들도 이날 얻은 용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인생 행마를 그려나갈 준비를 마쳤다. 고향 선배가 건넨 따뜻한 격려와 조언은 아이들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커다란 이정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행사를 기획한 김건호 체육진흥과장은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과 보령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최정 9단이 어린이들에게 직접 들려준 생생한 성장 스토리는 그 어떤 교육보다 큰 울림과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라며 “이번 명사 특강을 발판 삼아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당차게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