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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권 없이 비행기 표도 없이” 세계 미식여행

과천 스페인 만찬부터 용인 네팔 화덕까지

본토 셰프들이 차려낸 가장 가까운 이국(異國)

서동휘 기자
“여권 없이 비행기 표도 없이” 세계 미식여행

[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치솟는 유류할증료와 빼곡한 일정 탓에 해외여행을 망설였다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기 도심 골목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경기도 전역은 세계 각국의 숨은 맛을 촘촘히 담아낸 ‘지구촌 미식 지도’로 화려하게 변모하고 있다. 안산 다문화거리의 묵직한 중앙아시아 양고기 구이부터 수원 대학가의 신비로운 북아프리카 가정식까지, 본토 식재료와 현지인 셰프의 솜씨가 어우러진 요리들이 비행기 표 없이도 완벽한 이국적 정취를 선물한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가깝고도 맛있는 세계로 떠나는 특별한 주말 여정을 소개한다.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을 머금은 만찬, 과천 ‘엘 올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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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_엘올리보(제공=경기관광공사)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인근 고즈넉한 동네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3층 규모의 저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페인어로 올리브 나무를 뜻하는 ‘엘 올리보’는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까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정취를 고스란히 재현한 정통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다. 고풍스러운 와인 셀러를 지나 위층 다이닝 공간으로 들어서면 마치 스페인 현지 가정에 초대받은 듯한 아늑함을 준다. 특히 초여름의 푸른 신록이 우거지는 유월에는 운치 있는 테라스 좌석이 단연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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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_엘올리보(제공=경기관광공사)

주변에 K&L 뮤지엄, 렛츠런파크서울, 서울대공원 등이 인접해 주말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이곳의 자존심은 생쌀을 직접 조리하는 정통 방식을 고수하는 ‘먹물 빠에야’다. 넓은 팬에 오징어 먹물을 듬뿍 입힌 쌀과 신선한 해산물을 풍성하게 담아내는데, 완성까지 30분가량 소요되는 기다림마저 즐거운 미식의 과정이 된다. 음료 잔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빵을 덮어두던 것에서 유래한 스페인식 전채 요리 ‘타파스’를 즐기며 여유를 부리다 보면 어느새 지중해의 풍요로운 식문화가 눈앞에 차려진다. 쫄깃한 문어와 부드러운 감자를 유기농 올리브오일, 스페인 훈제 파프리카 가루인 피멘톤으로 버무린 ‘뽈뽀 콘 파타타’ 역시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이때 스페인 현지 양조장에서 직접 테이스팅해 직수입하는 하우스 와인을 함께 곁들이면 요리와의 완벽한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다.

주소 및 정보: 경기 과천시 뒷골2로 16-1 / 영업시간 11:3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30, 설·추석 당일 휴무)

 

지중해 바람이 키워낸 북아프리카의 맛, 수원 ‘벨라튀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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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_벨라튀니지(제공=경기관광공사)

수원 율전동 성균관대학교 앞 골목,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면 낯설고 신비로운 북아프리카 음악이 귀를 사로잡는다. ‘벨라튀니지’는 지중해와 아랍권의 문화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마그레브 지역의 정통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튀니지 현지 식당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독특한 소품과 분위기 덕분에 인근 대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외국인 유학생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아지트로 입소문이 났다. 주변에는 일월수목원과 경기상상캠퍼스, 해우재 등이 있어 식사 전후로 둘러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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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_벨라튀니지(제공=경기관광공사)

주방을 책임지는 이는 2016년부터 이곳을 지켜온 튀니지 출신 셰프다. 대표 메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쿠스쿠스’로, 듀럼밀을 잘게 빻아 쪄낸 독특한 식감이 일품이다. 은근한 불에 오랜 시간 뭉근하게 조리해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완벽히 잡고 육질을 부드럽게 살려낸 스튜 ‘양고기 타진’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가 상권에 맞춰 대부분의 정통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대로 책정해 부담 없이 다채로운 이슬람권 미식을 탐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곳은 1인 셰프가 주문 즉시 조리를 시작하므로 한 번에 많은 손님이 몰리면 음식을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며, 3인 이상 방문 시에는 사전에 예약을 하고 찾는 것을 추천한다.

주소 및 정보: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서부로2106번길 21 / 영업시간 11:00~22:00 (매주 토·일요일 정기휴무)

 

동편마을에서 만나는 소박한 프랑스 가정식, 안양 ‘르디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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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_르디쉬(제공=경기관광공사)

안양 관양동 동편마을 카페거리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르디쉬’는 이국적인 프랑스 골목의 작은 식당을 연상시키는 레스토랑이다. 아늑한 노란 조명 아래 주인이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과 베르사유 궁전에서 직접 촬영한 대형 사진 액자들이 걸려 있어 들어가자마자 파리의 세련된 감성이 묻어난다. 명품 주물 냄비인 르크루제를 활용해 요리하고 대접하는 주인의 확고한 취향이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데이트 코스나 브런치 장소로 인기가 높다. 식사 후 근처 안양예술공원을 함께 걷는 일정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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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_르디쉬 (제공=경기관광공사)

이곳은 프랑스 전통의 맛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내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맛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율했다. 가지, 토마토, 파프리카 등 신선한 채소를 아낌없이 넣고 푹 끓여내어 바게트 빵에 얹어 먹는 채소 스튜 ‘라따뚜이’는 소박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치커리류의 일종인 엔다이브를 구워 채소 본연의 고급스러운 단맛을 이끌어내고 수제 잠봉을 더한 ‘엔다이브 잠봉 그라탕’은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이 집만의 특별한 별미다. 1인 주방 시스템으로 긴밀하게 운영되는 특성상 월별 단축 영업이나 휴무 공지가 유동적일 수 있으니, 방문 전에는 포털 지도나 공식 채널의 별도 공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소 및 정보: 경기 안양시 동안구 동편로183번길 59-8 1층 / 영업시간 11:00~21:00

 

팽성 로데오거리에 상륙한 짙은 미국 오리지널 감성, 평택 ‘크레이지윙스앤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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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_크레이지윙스(제공=경기관광공사)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 초입은 거대한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의 영향으로 간판부터 흐르는 음악까지 미국 현지의 도시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이국적인 거리의 터줏대감인 ‘크레이지윙스앤버거’는 미국식 수제버거와 정통 핫윙의 진수를 보여주는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러프한 팝송이 흐르는 매장에 앉아 있으면 마치 뉴욕이나 LA의 이면도로 식당에 들어선 듯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며, 인근 안정리예술인광장과 묶어 여행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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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_크레이지윙스 (제공=경기관광공사)

이곳 버거의 핵심은 본토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일부 핵심 식재료를 미국에서 직접 공수하거나 현지 식료품을 엄선해 사용한다는 점이다. 양상추, 토마토, 생양파 등 터질 듯이 꽉 찬 신선한 채소 위로 육즙 가득한 패티와 부드럽게 녹아내린 치즈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튀겨내어 알싸한 소스를 입힌 미국식 핫윙과 얇게 썬 소고기가 가득 들어간 ‘아보카도 필리치즈스테이크’는 진한 본토의 풍미를 전한다. 특히 이 매장은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24시간 상시 운영되고 평일에도 새벽 늦게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미국식 야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주소 및 정보: 경기 평택시 팽성읍 안정쇼핑로 5 / 영업시간 08:30~다음날 08:00

 

실크로드의 향수를 품은 할랄푸드의 진수, 안산 ‘후르셰다사마르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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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_사마르칸드(제공=경기관광공사)

원곡동 안산 다문화음식거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속의 작은 지구촌이다. 수많은 아시아권 식당 중에서도 고소한 숯불 연기로 발길을 멈추게 하는 ‘후르셰다사마르칸트’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현지의 조리법을 그대로 고수하는 곳이다. 돼지고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엄선된 양고기와 소고기를 향신료와 함께 조리해 중앙아시아 특유의 깊고 묵직한 손맛을 낸다. 주변에는 화랑호수, 안산산업역사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등이 있어 문화 여행을 겸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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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_사마르칸드 (제공=경기관광공사)

이곳의 시그니처 요리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볶음밥인 ‘오쉬’다. 밥과 재료를 모두 섞는 일반적인 볶음밥과 달리 쌀과 고기, 당근을 층층이 쌓아 올려 담아내는 사마르칸트 전통 방식을 재현해 고소한 풍미가 밥알 하나하나에 배어 있다. 커다란 쇠꼬치에 고기를 끼워 숯불에 구워내는 ‘샤슬릭’은 노릇한 또띠아에 싸 먹을 때 감칠맛이 배가된다. 여기에 중앙아시아인들이 밑반찬처럼 곁들이는 고려인식 당근 김치 ‘마르코프차’를 추가하면 새콤하고 아삭한 맛이 고기의 기름진 맛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식사 후에는 식당 바로 옆에서 함께 운영 중인 우즈베키스탄 식료품점에 들러 독특한 전통 빵이나 이국적인 향신료를 구경하며 작은 현지 시장의 재미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주소 및 정보: 경기 안산시 단원구 다문화2길 3 / 영업시간 10:00~22:00

 

16년 동안 변함없는 히말라야의 넉넉한 인심, 용인 ‘퍼스트네팔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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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_인도네팔레스토랑(제공=경기관광공사)

용인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앞 대학가 골목에는 네팔 포카라 출신의 베테랑 셰프가 16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퍼스트네팔히말라야’가 있다. 20년 전 한국에 정착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주인장은 낯선 네팔 요리가 서툰 한국인 손님들에게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형형색색의 네팔 전통 소품과 타페스트리로 꾸며진 내부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히말라야 산자락의 아담한 현지 식당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나 보정동 카페거리와 연계해 방문하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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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_인도네팔레스토랑 (제공=경기관광공사)

 인도·네팔 요리의 핵심인 커리는 9가지 이상의 천연 향신료를 배합해 최소 5시간 이상 정성껏 끓여내 깊고 진한 농도를 자랑한다. 신선한 버터와 크림을 더해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맛이 매력적인 ‘버터 치킨 마크니 커리’는 대형 화덕에서 주문 즉시 구워내 숨이 살아있는 쫄깃한 탄두리 ‘난’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오랜 세월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을 위해 밥을 무료로 리필해 주는 넉넉한 인심이 돋보이며, 식사 시 기본 서비스로 제공되는 달콤한 바나나 라씨 외에도 향신료의 매콤함을 깔끔하게 중화시켜 줄 진하고 풍량감 있는 수제 망고 라씨를 추가해 맛보는 것도 인도 전통 음료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주소 및 정보: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로144번길 12-7 / 영업시간 11:00~22:00 (설, 명절 외 연중무휴)

 

여행은 어쩌면 낯선 공간이 주는 설렘보다, 그 공간이 품은 새로운 맛을 조우할 때 완성되는지 모른다. 경기도 곳곳의 숨은 골목에 둥지를 튼 이국적 레스토랑들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오랜 시간 쌓아온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온기를 한 접시의 요리로 대변하고 있다. 다가오는 주말, 거창한 짐 가방 대신 가벼운 식욕 하나만 챙겨 들고 경기도의 골목길로 미식 세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했던 경기도의 풍경이 어느새 눈부신 세계의 광장으로 넓어지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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