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반세기 넘도록 사람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던 비무장지대(DMZ)의 원시 숲길이 올여름 1000명의 발걸음 앞에 활짝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6월 12일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DMZ 평화의 길 26코스에서 생태·역사적 가치를 직접 체험하는 ‘DMZ 평화의 길 걷기’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여정은 오랫동안 민간인통제구역 속에 숨겨져 있던 청정 대자연을 온전히 마주하고, 전쟁의 흔적 위로 평화의 발걸음을 내딛는 특별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걷기 행사의 중심 무대는 양구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인 ‘두타연’이다. 두타연은 민간인통제구역 내에 위치해 수십 년 동안 자연 그대로의 결을 간직해 온 명소다. 과거 금강산으로 향하던 길목에 자리 잡은 이곳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줄기가 양구의 깊은 골짜기를 휘감으며 수려한 폭포와 깊은 소(沼), 기암괴석을 만들어내어 ‘금강산 가는 길’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행사가 진행되는 DMZ 평화의 길 26코스는 청정 두타연 일대에서 출발해 치열했던 전쟁의 역사를 증언하는 피의능선 전투전적비까지 이어지는 양구의 핵심 도보 노선이다. 전체 코스는 약 19.2㎞에 달하는 장대한 규모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의 체력과 안전을 고려해 약 90분간 핵심 구간을 함께 호흡하며 걷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트레킹 코스와 달리 민통선 인근의 삼엄한 역사성과 때 묻지 않은 생태계를 동시에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독보적인 매력으로 꼽힌다.
전국에서 모여들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평화의 길을 완보한 후 이를 기념하는 특별한 메달을 받게 된다. 특히 연예계 대표 기부천사이자 꾸준한 러닝 활동으로 대중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전해온 가수 션이 이번 여정에 동행해 현장의 활기를 더한다. 그의 참여는 단순히 정해진 코스를 걷는 프로그램의 의미를 넘어, 참가자들이 서로 응원하고 소통하는 진정한 참여형 문화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숲길 걷기를 마친 후에는 양구의 깊은 문화와 예술을 탐치하는 연계 일정이 기다린다. 참가자들은 조선 백자의 강인한 원료와 유서 깊은 생산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양구백자박물관’과,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이자 소박한 서민의 삶을 화폭에 담아낸 화가 박수근의 생애와 작품을 만나는 ‘박수근미술관’ 중 한 곳을 선택해 관람할 수 있다. DMZ가 선물하는 압도적인 자연 풍광과 양구가 자랑하는 독창적인 예술 콘텐츠를 하루 만에 모두 경험하는 알찬 여정이다.
대한민국 걷기 여행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이번 행사는 한국관광학회와 국산 신발 브랜드 르무통이 뜻을 보탰다. 미래 관광 산업을 이끌어갈 대학생들에게 안보·생태 관광의 생생한 현장을 제공하고, 당일 걷기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참가자 중 추첨을 통해 기념품을 증정하는 등 풍성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김광식 한국관광공사 지역개발기획팀장은 “DMZ라는 한반도만의 아주 특별한 공간에서 코리아둘레길이 가진 평화와 치유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며 걷기 여행의 매력을 강조했다.
DMZ는 더 이상 분단에 가로막혀 멈춰 있는 땅이 아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못했던 고독한 시간만큼 자연은 더욱 푸르고 깊어졌으며, 아픈 전쟁의 기억이 머물던 자리에는 이제 미래를 향한 평화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6월 12일 양구 두타연의 숲길을 밟는 일은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는 유람을 넘어, 한반도의 살아있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걸어보는 위대한 여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