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째비골 해랑전망대에는 바다로 가는 파란 문이 있다. 멀리서 보면 철골 구조물처럼 보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풍경은 조금씩 달라진다. 파란 프레임은 하늘과 바다로 동시에 갈 수 있는 열린 문이다. 그 문을 지나며 사람은 바다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잊고 지냈던 자신의 마음을 다시 만나게 된다.
길은 바다 위로 조용히 뻗어 있다. 발아래 붉은 길이 이어지고, 양쪽 난간 너머로 동해의 물빛이 천천히 흔들린다. 반복되는 파란 사각형들은 마치 시간을 한 칸씩 접어놓은 듯하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바람의 결만 더 선명해진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잠시 느려진다. 사진을 찍던 사람도, 아이의 손을 잡고 걷던 가족도, 혼자 바다를 바라보던 여행자도 어느 순간 말수를 줄인다. 바다는 큰 소리로 부르지 않는다. 다만 넓게 펼쳐져 있을 뿐인데, 그 넓음 앞에서 마음은 스스로 조용해진다.
해랑전망대의 끝에 서면 하늘과 바다가 한 장의 푸른 종이처럼 맞닿아 있다. 수평선은 멀리 있지만 이상하게 마음 가까이에 있다. 여행이란 결국 낯선 곳으로 가는 일이 아니라, 잊고 있던 감각을 다시 꺼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돌아 나오는 길에도 파란 프레임은 오래 눈에 남는다. 바다를 등지고 걸어도, 방금 지나온 그 길은 마음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언젠가 다시 동해에 온다면, 나는 이 파란 문 앞에 다시 설 것이다. 그때도 바다는 말없이 열려 있고, 나는 또 한 번 내 안의 먼 곳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파란 문을 지나 바다의 안쪽으로](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b18b43dc-6b59-455d-af36-047f93af95d9/00-legacy-cover-1413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