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묵호 논골담길을 걷다 보면 발걸음이 느려지는 집이 있다. 지붕 위에는 두 개의 등대가 서 있고, 담장 앞에는 버려진 나무배와 배 안에는 파도에 밀려온 작은 표류목들이 놓여 있다. 바다 냄새와 골목의 시간이 뒤섞인 그곳, 기념품샵 ‘등대그집’이다. 이 미술관 같은 멋진 가게를 지키는 사람은 김명기 대표다.
김 대표의 고향은 강릉이다. 20년 전까지 그는 직접 집을 짓던 목수였다. 망치와 톱을 들고 지붕을 올리고 벽을 세우던 손이 지금은 작은 묵호의 집을 빚고, 알록달록한 테트라포드에 색을 입힌다. 논골담길과의 인연은 아내가 먼저 시작했다. 아내가 이곳에서 커피숍을 열었고, 뒤이어 김 대표도 강릉 일을 접고 지금의 자리에 기념품샵을 열었다.
그가 기념품샵을 시작한 이유는 여행이었다. 전국을 다니며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을 만큼 여행을 좋아했던 그는 서울 남대문시장부터 통영, 부산, 전주 등 전국 여행지의 기념품 가게를 눈여겨봤다. 어떤 물건이 손님 손에 오래 남는지, 어떤 가격대가 부담 없는지, 여행객이 무엇을 기억으로 가져가고 싶어 하는지 살폈다. 처음에는 전국 각지의 상품을 도매로 들여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한쪽에 아쉬움이 남았다. 묵호에 왔다면, 묵호다운 것을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그 생각이 6년 전 직접 만든 미니어처로 이어졌다. 묵호항 방파제의 알록달록한 테트라포드, 논골담길 언덕 위 작은 집들이 그의 손끝에서 작아졌다.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열쇠고리와 작은 장식품이었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 여행자들도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선물. 묵호를 다녀갔다는 표시이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을 붙잡아두는 작은 풍경이었다.
작업은 가게 뒤편에서 이뤄진다. 전기가마를 설치해 직접 빚은 집과 테트라포드를 굽고, 색칠하고, 유약을 입힌다. 아내가 밑그림을 그리면 김 대표가 색을 올리고 그림을 완성한다. 목수였던 그의 손은 작아진 집의 지붕과 벽을 낯설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섬세해졌다. 집을 짓던 사람답게 그는 작은 집 하나에도 골목의 온기를 담는다.
‘등대그집’ 자체도 하나의 작품이다. 지붕 위 두 개의 등대는 김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 특히 바깥쪽 등대는 드럼통 3개를 용접해 이어 붙인 것이다. 도예도, 용접도 독학으로 배웠다.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입구 담장에 놓인 나무배도 그냥 장식이 아니다. 어달해변에서 발견한 버려진 배와 표류목을 차에 싣고 묵호등대까지 올라와, 다시 힘겹게 가게 앞까지 끌고 왔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진 물건이지만, 김 대표에게는 묵호의 바다를 품은 재료였다.
그의 가게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물건만이 아니다. 손님이 들어오면 김 대표 특유의 인사가 먼저 웃음을 터뜨린다.
“꺼이꺼이꺼이… 어서오세요.”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손님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시키는 대로 할게요. 맘대로 많이 찍으세요. 꺼이꺼이꺼이… 크크크.”
그 유쾌함은 장사 말투가 아니다. 여행자를 반기는 골목 사람의 방식이다. 그래서 ‘등대그집’은 물건을 사는 곳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만나는 곳이다. 작은 열쇠고리 하나를 고르다가 묵호 이야기를 듣고, 테트라포드 미니어처 하나를 손에 쥐다가 김 대표의 웃음까지 함께 가져가게 된다.
김 대표는 묵호에 온 여행자들에게 하루쯤 머물러 보라고 권한다. 특히 어달삼거리에서 보는 일출은 꼭 봐야 한다고 말한다. 잠깐 들렀다 떠나는 바다도 좋지만, 밤을 지나 새벽의 묵호를 만나야 이곳의 진짜 얼굴이 보인다는 것이다. 전국 여행지 중에서는 통영과 부산 감천마을, 전주 한옥마을을 추천했다. 골목과 바다, 집과 사람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곳들이라서다.
시간이 더 생기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김 대표. 그러나 이미 그의 가게 전체가 한 장의 그림처럼 보인다. 직접 만든 등대, 바다에서 온 나무배, 손바닥만 한 집과 테트라포드, 그리고 손님을 웃기는 그의 목소리까지. ‘등대그집’은 묵호 논골담길에서 가장 작은 풍경을 팔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결코 작지 않다.
묵호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논골담길을 오르다 이 집 앞에서 잠시 멈춰도 좋다. 김명기 대표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은 집 하나가 말없이 알려준다. 여행의 기념품은 물건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사람의 온도라는 것을 김 대표는 웃으면서 전하고 있었다.

![[인터뷰] 묵호 골목에 작은 등대를 세운 남자...김명기 대표](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b1bdf778-bd9d-4f7f-af19-16108f80bb94/00-legacy-cover-1413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