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제주 여행의 마침표는 언제나 공항 가기 전 들르는 기념품 숍의 작은 매대 앞에서 찍힌다. 천편일률적인 돌하르방 모형이나 감귤 초콜릿을 보며 살까 말까 망설이던 고민의 순간이, 이제는 제주를 대표할 진짜 명품 굿즈를 가려내는 치열한 심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제주도관광협회가 전문가들의 딱딱한 시선에서 벗어나 실제 여행객들의 깐깐한 눈높이와 트렌디한 감각을 반영하기 위해 일반인과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대중심사위원단을 전격 모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예쁜 쓰레기가 아닌, 일상에서 쓰고 싶고 소중한 사람에게 내 돈 주고 선물하고 싶은 ‘진짜 제주다운’ 콘텐츠를 소비자의 손으로 직접 검증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지역의 관광기념품 공모전은 현장 소비자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공급자 중심의 예술성이나 장인정신만을 따지다 보니, 정작 수상작들이 시장에서 외면받고 먼지만 쌓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최근 제주 여행의 유행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거실 장식장 속에 박혀있는 소품이나 흔한 먹거리 대신,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세련된 로컬 디자인 상품이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공예품, 제주의 독특한 역사와 신화 속 이야기를 입힌 패션 잡화가 주목받는 시대다. 관광객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트렁크에 넣기 편한지, 제주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단번에 간파한다.
이번에 막을 올린 ‘제29회 제주도 관광기념품 공모전’ 대중심사위원 모집은 이러한 현실적인 시장의 요구를 공모전 평가 시스템에 고스란히 이식하기 위한 시도다. 참가 신청은 5월 28일부터 6월 9일까지 공모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하게 진행된다.
지원자 중 최종 선발된 대중심사위원들은 오는 6월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현장 심사장에 투입되어 디자인과 상품성, 지역 특색 등을 기준으로 출품작들을 샅샅이 뜯어보며 점수를 매기게 된다. 특히 심사를 무사히 마친 참여자에게는 감사의 의미로 제주 지역화폐인 ‘탐나는전’ 2만5000원이 지급되어, 현장 심사도 하고 제주 여행 중 쏠쏠한 간식비까지 챙기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올해 심사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스토리형 상품’의 발굴이다. 뻔한 소재를 넘어 제주의 숨은 풍경과 제주어, 해녀들의 생활 문화 등이 현대적인 감각과 결합해 얼마나 설득력 있는 생활용품으로 확장되었는지가 당락을 가를 전망이다. 이렇게 대중의 선택을 받아 최종 발굴된 우수 상품들은 단순히 상장 하나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시와 판매, 대형 유통망 입점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이 이어져 지역 소상공인과 창작자들에게는 전국적인 스타 브랜드로 성장할 최고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일반 대중의 시선을 통해 실제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명품 기념품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라며 “도민과 여행객이 함께 참여하는 소통형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 관광의 품격과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제주를 오랫동안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거창한 한라산의 풍경이나 푸른 바다만이 아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 책상 한편에 놓인 손바닥만 한 기념품 하나가 문득 풍기는 제주의 향기와 기억의 온도가 여행을 지속하게 만든다. 이번 대중심사는 그 작은 물건 속에 박제될 다음 세대의 제주를 내 손으로 직접 결정하는 가장 흥미진진한 여행의 연장선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