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서동휘 기자] 단순히 갈대밭 배경으로 인생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스쳐 지나가는 관광의 시대는 끝났다. 세계가 인정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국내 생태관광의 일번지, 순천만이 눈으로 보는 풍경을 넘어 가슴으로 읽어내는 깊이 있는 생태 교과서로 전격 변신한다.
순천시가 청암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손을 잡고 갯벌의 결 하나, 철새의 날갯짓 하나에 담긴 우주의 신비를 생생하게 들려줄 지역 생태 전문가 양성에 본격적으로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자원봉사자 교육을 넘어 외지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생태 정예 요원’을 키워내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관광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순천만은 대대동과 별량면, 해룡면 일원에 걸쳐 광활하게 펼쳐진 연안 습지다.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데 이어, 2021년에는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생태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를 비롯한 수많은 겨울 철새들의 안락한 보금자리이자, 갯벌 아래에서는 칠게와 짱뚱어가 숨 쉬고 해안가선 염생식물이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지키는 생명의 보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광은 가을철 갈대밭의 은빛 물결을 구경하는 일회성 방문에 치우쳐 있어, 순천만이 가진 진짜 보물 같은 생태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에 마련된 ‘순천만 생태전문가 양성교육’은 이러한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릴 스파르타식 현장 중심 과정이다. 순천시에 주소를 둔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엄격한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단 35명의 정예 멤버만 선발한다. 교육 기간은 오는 6월 13일부터 11월 28일까지 무려 16주 동안 총 16차시에 걸쳐 진행된다. 전체 수업 시간만 85시간에 달하는 강행군이다. 강의실 책상 앞에 앉아 졸기만 하는 지루한 이론 수업에서 벗어나, 순천만자연생태관과 실제 갯벌, 갈대밭, 철새 도래지를 직접 발로 디디고 온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진짜 살아있는 교육이다.
교육 과정 역시 커리큘럼이 촘촘하다. 순천만 갯벌의 독특한 퇴적 구조와 저서동물의 생태학적 특징은 물론이고, 야생 조류의 소리와 그림을 통해 새를 구별하는 동정 방법, 한국을 찾는 겨울 철새들의 이동 경로 변화까지 다룬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서 순천만이 가진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모니터링하는 전문적인 기법까지 전수받게 된다. 이 과정을 마친 이들이 현장에 배치되면 여행자들의 체류 경험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왜 우리가 이 갯벌을 파헤치지 않고 그대로 지켜야 하는지, 그 위대한 가치를 여행자들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시키는 명품 해설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순천만은 갯벌과 철새, 갈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자연 학습장”이라며 “주민들이 직접 전문가가 되어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이들이 이끄는 고품격 생태 프로그램이 외부 관광객을 끌어모아 지역 내 숙박, 음식, 체험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연을 사랑하고 순천의 미래를 함께 그려갈 시민들은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최종 선발대회 격인 면접을 거쳐 6월 10일 합격자가 개별 통지된다. 자세한 모집 요강과 신청 양식은 순천시청 및 청암대학교 공식 누리집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궁금한 점은 청암대학교 웰니스문화관광과 사무실로 문의하면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순천만의 푸른 미래는 단순히 인간의 출입을 막는 통제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읽어내고, 방문객에게 큰 감동을 전하며, 스스로가 먼저 자연의 파수꾼이 될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야말로 순천만이 준비하는 위대한 생태 정원의 다음 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