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올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인도양의 푸른 보석, 스리랑카로 향하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한국인 여행객을 괴롭히던 50달러짜리 비자 수수료 장벽이 마침내 무너졌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4인 가족 기준이면 앉은자리에서 200달러를 아끼는 셈이니, 장기 불황 속 알뜰 휴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는 소식이다. 출발 전 온라인으로 전자여행허가(ETA)를 신청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하지만, 지갑에서 생돈이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스리랑카는 올여름 가장 매력적인 인도양의 선택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스리랑카는 이웃 나라 몰디브나 인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해 단순한 ‘경유지’로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신혼여행객들이 몰디브행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수도 콜롬보의 공항 대기실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허다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비자 비용 부담이 사라지면서 경유 시간을 일부러 늘려 콜롬보 시내를 반나절 가량 둘러보거나, 아예 이틀 정도 머물며 인도양의 숨은 매력을 맛보는 ‘스톱오버(단기 체류)’ 여행이 완벽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비행기를 갈아타기만 하던 도시가 이제는 여행의 설레는 첫 장으로 변모한 셈이다.
스리랑카는 작은 섬나라이지만 바다와 고대 유적, 울창한 산악지대와 야생 국립공원까지 한 번에 만날 수 있어 종합선물세트 같은 매력을 자랑한다. 여행의 관문인 콜롬보는 항구도시 특유의 활기와 과거 식민지 시절의 이국적인 건축물, 세련된 해안가 카페가 묘하게 어우러진 도시다. 만약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발길은 자연스럽게 내륙 깊숙한 곳으로 향한다. 거대한 바위 요새 위에 세워진 ‘하늘 위의 궁전’ 시기리야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고대 유산이다. 여기에 울창한 차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누와라엘리야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홍차 한 잔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충분하다.
서핑과 해변 휴양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남부 해안의 미리사와 갈레가 최고의 놀이터다. 유럽풍 성곽 도시의 정취가 남아있는 갈레의 골목길을 걷다가, 해질녘 미리사 해변에서 인도양의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은 스리랑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운이 좋다면 거대한 고래가 물뿜는 장관도 목격할 수 있다. 얄라 국립공원에서는 지프를 타고 코끼리와 표범을 찾아 나서는 사파리 투어도 운영되어, 한쪽에서는 해수욕을 하고 다음 날에는 정글을 누비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여행이 가능하다.
스리랑카관광청 관계자는 “이번 비자 수수료 면제는 한국인 여행객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적극적인 구애의 신호”라며 “몰디브를 목적지로 둔 여행객들이 스리랑카 내륙의 매력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다만 수수료가 없어졌다고 해서 입국 절차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출국 전 반드시 전자여행허가 신청을 완료해야 하며, 여권 유효기간과 왕복 항공권 소지 여부도 꼼꼼히 챙겨야 안전하게 입국할 수 있다. 또한, 섬 내부의 대중교통 사정이나 도시 간 이동 거리가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기보다는 인도양의 여유로움을 닮은 느긋한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다.
몰디브의 눈부신 바다로 향하는 길목에서 늘 조연에 머물렀던 콜롬보가 마침내 당당한 주연으로 행선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50달러의 장벽이 허물어진 자리에 남은 것은 더 길어진 체류 시간과 더 깊어진 인도양의 추억이다. 올여름, 남들이 다 가는 뻔한 휴양지 대신 고대 문명과 푸른 차밭, 그리고 끝없는 바다가 공존하는 스리랑카의 매력 속으로 가볍게 걸어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