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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 여행] 농업회사법인 더담(주), 독수리 5자매가 빚은 100일의 기다림

송화곡자 누룩으로 완성한 동해 유일 전통주

망상12, 대한민국 주류대상 2년 연속 수상

최치선 기자
[우리술 여행] 농업회사법인 더담(주), 독수리 5자매가 빚은 100일의 기다림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강원도 동해시의 바다는 늘 푸르다. 그 바다 곁 작은 양조장에서는 또 다른 파도가 천천히 익어가고 있었다. 막걸리 향이었다. 쌀과 누룩, 물과 시간이 만나 만들어낸 발효의 냄새는 생각보다 깊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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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담(주) 대표 이경희(가운데)와 최귀남(우측), 최계자(좌측) 씨가 농업회사법인 더담(주)에서 생산된 술을 홍보하고 있다(사진=최치선 기자)

동해시 농업기술센터 내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더담(주) 양조장 안으로 들어서자 갓 익은 술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단내와 누룩 향이 먼저 사람을 맞는다. 이곳에서는 동해의 이름을 건 우리술이 매일 조금씩 태어나고 있었다.

 

더담의 시작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해시 농촌연구동아리에서 전통음식과 전통주를 연구하던 13명이 출발점이었다. 이들은 심야반에서 2년 동안 동해의 전통막걸리를 빚었다. 각자 집에서 술을 담그기도 했고, 연구반원의 집에 모여 탁주를 빚고 시음회를 열기도 했다.

 

13명이던 모임은 9명이 되고, 다시 7명이 됐다. 지금은 이경희 대표를 중심으로 최계자, 최정희, 최귀남, 홍순금 씨 등 다섯 명이 더담을 지키고 있다. 스스로를 ‘독수리 5자매’라 부르는 이들은 13년을 함께 웃고 부딪히며 술맛을 다듬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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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담(주)을 이끌고 있는 독수리 5자매. (좌부터) 최귀남 이사, 최정희 이사, 이경희 대표, 홍순금 이사, 최계자 이사

 

더담의 술은 일반적인 입국이 아닌 송화곡자 누룩을 사용한다. 전통 누룩 특유의 깊은 향과 발효감이 살아 있어 첫 향부터 다르다. 이경희 대표는 “좋은 술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담의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라 동해의 풍경과 시간을 담아낸 한 잔에 가깝다.

 

가장 큰 원칙은 100일 숙성이다. 사람도 태어난 지 100일이 되면 100일 잔치를 하듯, 술도 충분한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자기 맛을 갖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급히 내놓지 않고 기다린 술은 부드럽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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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 더담(주)에서 생산된 제품들(사진=최치선 기자)

대표 제품 ‘망상12’는 동해의 파도소리를 머금은 고품질 쌀로 정성껏 빚어 100일간 숙성시킨 프리미엄 탁주다. 우윳빛 술결 위로 은은한 탄산이 살아 있고, 첫맛은 깔끔하다. 지나치게 달지 않으며 목 넘김이 부드럽고, 뒤로 갈수록 곡물의 고소함과 잔잔한 산미가 올라온다. 망상12는 2025년과 2026년 2년 연속 대한민국 주류대상 탁주 부문을 수상하며 동해 전통주의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병 디자인에도 동해가 담겼다. 망상12의 라벨은 새롭게 단장한 동해망상오토캠핑리조트의 세모난 루프 형상을 모티브로 삼았다. 모래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함께 표현해 병 하나만으로도 망상의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한섬15’는 동해의 대표 해변 한섬에서 이름을 딴 15도 프리미엄 전통주다. 쌀을 깨끗하게 씻고 충분히 불린 뒤 고두밥을 지어 누룩과 함께 발효시킨다. 온도 관리가 핵심이다. 너무 뜨거우면 향이 날아가고, 차가우면 깊은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저온 숙성을 거친 한섬15는 첫 향에서 은은한 꽃향과 달큰한 곡물 향이 올라온다. 입안에서는 부드러운 단맛 뒤로 깔끔한 산미가 따라오고, 마지막에는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한섬12’는 조금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다. 도수를 낮춰 부담은 줄였지만 풍미는 살렸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끝맛이 깨끗해 회와 해산물에 잘 어울린다. 차갑게 식힌 한섬12를 한 모금 머금으면 바다 근처 포장마차에서 맡던 짭조름한 밤공기까지 함께 떠오른다.

 

생막걸리 ‘더담12’는 살아 있는 술이다. 인공 탄산이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 생긴 자연 기포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진다. 지나치게 걸러내지 않고 효모를 살려 병입하기 때문에 냉장 보관이 중요하다. 병을 열면 은은한 누룩 향과 갓 지은 밥 냄새 같은 구수함이 퍼진다.

 

‘더담9’는 더 대중적인 막걸리다. 도수를 낮춰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부드러운 단맛과 산뜻한 산미가 조화를 이루며, 막걸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지역 축제나 관광객 시음 행사에서도 반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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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달21(사진=최치선 기자)

가장 인상적인 술은 ‘약주 어달21’이다. 어달해변의 이름을 딴 이 술은 21도의 비교적 높은 도수를 가진 과하주다. 과하주는 여름철 술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수를 높였던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주다. 밑술에 고도주를 넣고 희석해 완성하는 방식으로, 적당한 당도와 약한 산도, 제법 묵직한 바디감이 특징이다. 맑게 걸러낸 술에서는 은은한 과실 향과 곡물 향이 올라오고, 한 모금 뒤에는 따뜻한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양조장 사람들은 이를 “동해의 밤바다 같은 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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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담(주)양조연구실 (사진=최치선 기자)

더담의 술이 특별한 이유는 제조법만이 아니다. 술을 빚는 사람들의 손끝에 동해의 시간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병 이름에도 한섬, 망상, 어달처럼 동해의 지명이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술 한 병이 곧 도시의 풍경이 되는 셈이다.

 

동해시는 현재 더담에 시설과 장소를 지원하고, 포장과 디자인 등 마케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과제도 남아 있다. 생산 규모를 키우기 위한 넓은 공간, 기계화된 설비,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발효 설비와 저장 공간, 위생 시스템까지 안정적으로 갖춰야 동해 전통주의 다음 단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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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작업하는 모습(사진=최치선 기자)

이경희 대표와 독수리 5자매의 꿈은 분명하다. 동해의 특산주를 넘어 강원도를 대표하는 우리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와대 만찬주로 인정받는 것이다.

 

양조장 한쪽에서 막걸리 병을 정리하던 사람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좋은 술은 결국 사람이 다시 찾게 됩니다. 동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술이 되고 싶어요.”

 

그 말처럼 더담의 술은 단순한 지역 특산주를 넘어 동해라는 도시의 기억을 천천히 빚어가고 있었다. 

 

[독수리 5자매 술 담그기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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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담(주) 대표와 네명의 이사들이 모여서 술을 담그고 있다. 사진은 고두밥을 쪄서 식히는 장면(사진=트래블아이)

독수리 5자매가 한마음으로 모여 6일 동안 정성을 쏟고 100일간 숙성을 시켜야 비로소 깊고 맛있는 술 한 병이 탄생한다. 100% 수제인만큼 힘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지만 이경희 대표와 네 명의 이사들은 동해 전통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으로 묵묵히 술을 빚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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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밥과 누룩을 골고루 섞는 장면(사진=트래블아이)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전통주 한 병에 담긴 노동과 열정의 무게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작업실과 연구 공간, 시음 공간, 회의 공간이 하나의 장소 안에서 함께 운영되는 모습을 보며 작은 양조장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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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술을 섞어서 골고루 저어준다(사진=트래블아이)

 전통주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소중한 자산이다. 만드는 이들의 열정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면, 그 열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환경과 기반 역시 함께 갖춰질 때 더 큰 성장이 가능하다. 더담㈜의 전통주는 이미 우체국쇼핑과 네이버쇼핑을 통해 전국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으며, 하나로마트와 솔비치 호텔 등 다양한 판매처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지역을 넘어 전국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했다는 점은 동해 전통주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좋은 술을 꾸준히 생산하고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생산 환경의 개선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전통주 산업은 장인의 손맛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관광과 체험, 유통과 마케팅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동해의 전통주가 가진 가능성은 충분하다. 독수리 5자매의 정성과 열정, 그리고 지역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더담㈜의 술은 동해를 대표하는 명주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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