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산정호수의 겨울은 말수가 적다.
눈은 소리를 낮추고, 바람은 호수 가장자리에서 오래 머뭇거린다. 그 고요한 풍경 앞에 얼굴 하나가 서 있다. 눈을 뜬 듯 감은 듯, 입을 연 듯 다문 듯한 얼굴이다. 그 머리 위로 잎을 모두 내려놓은 겨울나무가 자라나 있다.
나무는 어쩌면 이 얼굴의 오래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봄의 초록, 여름의 그늘, 가을의 낙엽을 다 지나와 이제는 앙상한 가지로 하늘을 받치고 있다. 사람도 계절을 오래 견디면 저렇게 말보다 침묵이 많아지는 걸까.
눈 덮인 조각은 누구를 기다리는 표정처럼 보인다. 산정호수를 스쳐 간 여행자들, 얼음 위에 남았다 사라진 발자국들, 멀리서 번져오던 웃음소리까지 모두 안쪽에 품은 얼굴 같다.
겨울 풍경은 쓸쓸하지만 차갑기만 하지는 않다. 파란 하늘과 흰 눈, 마른 가지가 서로 기대어 있는 이 장면 앞에서 마음은 이상하게 느려진다. 산정호수의 겨울은 그렇게 묻는다. 지나간 계절은 정말 사라지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머리 위 어딘가에서 다시 가지를 뻗고 있는 것인지.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머리 위로 자란 겨울나무는 무엇을 기억할까?](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60b51848-afc0-4d82-8172-35f07ad84751/00-legacy-cover-1410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