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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푸른 소란이 머무는 항구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푸른 소란이 머무는 항구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묵호항 앞에 서면 바다는 먼저 보이지 않는다. 대신 흰 글자 조형물 사이로 사람들의 등이 보이고, 수조 속 물소리와 생선 비린내, 오래된 간판의 색들이 먼저 걸어 나온다. 항구는 늘 그렇게 풍경보다 생활을 먼저 내민다.

햇빛은 시장 지붕 위에서 한 번 부서지고, 물기 어린 바닥 위에서 다시 반짝인다. 누군가는 횟감을 고르고, 누군가는 빈 의자에 앉아 바다 쪽을 바라본다. 여행자는 그 사이를 지나며 묵호가 단순한 항구가 아니라, 하루를 건너온 사람들의 표정으로 지어진 오래된 마을이라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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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 조형물(사진=최치선 기자)

 

‘묵호항’이라는 세 글자는 사진 속에서 커다랗게 웃고 있지만, 그 뒤편의 시간은 조금 짠하다. 배가 들어오고, 상인이 손님을 부르고, 젖은 장화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속에 묵호의 하루가 천천히 익어간다. 바다는 보이지 않아도 여기에는 이미 바다가 가득하다.

여행의 기억은 멀리 있는 절경보다 이런 장면에서 오래 남는다. 흰 조형물 앞에 잠시 멈춰 서면, 항구의 소란도 이상하게 따뜻해진다. 묵호항은 사진을 찍는 곳이 아니라, 바다 냄새 나는 삶의 안쪽을 잠시 들여다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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