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오십천 푸른 물줄기를 따라 번진 붉은 수채화가 도심 전체를 삼켜버렸다. 갯내음 대신 알싸한 장미 향이 코끝을 찌르는 이곳, 삼척은 지금 바다보다 더 짙은 꽃바다에 풍덩 빠져있다.
바다와 동굴의 도시 삼척이 봄의 끝자락에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삼척 장미공원 일원에서 열린 ‘2026 삼척 장미축제’가 전국에서 몰려든 상춘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으며 대성황을 이뤘다. 올해 축제는 ‘삼척 장미나라의 탄생’이라는 독특한 콘셉트 아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장미공원의 인프라를 100% 활용해 관람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했다.
실제 축제 현장은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불야성을 이뤘다. 끝없이 이어진 장미터널과 산책로마다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연인들과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축제의 백미는 단연 스토리텔링을 입힌 메인 퍼레이드였다. 황금장미요정과 그림자요괴가 등장하는 이색 행렬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삼척 장미공원만의 서사를 완성하는 핵심 장치로 활약했다. 시민 행렬 참가 접수가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뜨거웠던 열기는 축제장 곳곳으로 이어졌다. 장미요정 코스프레와 인형탈 캐릭터들이 꽃밭을 누비며 아이들과 어우러졌고, 매일 선착순으로 장미꽃 100송이를 선물하는 ‘장미 for you’ 이벤트는 축제장을 찾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아날로그 감성을 선물했다.
올해 삼척 장미축제가 유독 호평을 받은 이유는 ‘보고 스쳐 지나가는’ 당일치기 행사가 아닌, ‘머무는 축제’로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 신선한 식재료와 전통주를 결합한 프리미엄 다이닝 프로그램 ‘장미식탁’은 사전 예약 시작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장미를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각으로 소비하게 만든 이 영리한 시도는 축제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파티쉐, 플로리스트 등 아이들을 위한 직업 체험형 프로그램도 축제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면 장미공원은 낮과는 전혀 다른 몽환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은은한 야간 조명이 천만 송이 장미를 비추자, 주 무대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이 흐르기 시작했다. 밤바람을 맞으며 야간 산책을 즐기던 이들은 한여름 밤의 꿈같은 정취에 취해 늦은 밤까지 축제장을 떠나지 못했다.
삼척관광문화재단 관계자는 “장미라는 자연 자원에 삼척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로컬 콘텐츠를 결합해 타 지역과 차별화된 축제를 완성하고자 노력했다”며 “축제 기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안전하고 즐거운 마당을 함께 만들어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꽃은 일주일 동안 뜨겁게 피었다가 지지만, 그 꽃이 남긴 강렬한 향기는 도시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다. 천만 송이 장미가 남긴 붉은 여운은 올봄, 우리가 왜 다시 삼척으로 향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증명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