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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동해 밤바다를 흔든 도째비골의 불빛

파도 위에 떠오른 붉은 길

묵호의 밤은 그렇게 천천히 마음에 들어왔다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동해 밤바다를 흔든 도째비골의 불빛

낮의 동해가 푸른 파도로 기억된다면, 밤의 도째비골 해랑전망대는 빛으로 남는다.

검은 바다 위로 길게 떠오른 붉은 난간과 초록빛 조명은 마치 어둠 속에 잠든 항구를 깨우는 한 장의 꿈 같았다. 사람들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바다 끝 전망대로 걸어갔고, 그 발걸음마다 파도 소리가 조용히 따라붙었다.

묵호의 밤은 이상할 만큼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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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째비골해랑전망대 야경(사진=최치선 기자)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와 짙은 바다 냄새, 난간 아래로 부서지는 흰 포말이 오래된 항구의 시간을 흔들어 깨운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지만 결국 모두 같은 표정을 짓게 된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얼굴들이다.


도째비골 해랑전망대 끝에 서 있으면 바다가 아니라 어둠 속의 침묵을 바라보게 된다. 검푸른 수평선 위로 별빛 하나가 떠 있고, 그 아래에서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파도와 함께 흔들린다. 그 풍경은 화려하기보다 외로워서 더 오래 기억된다. 마치 누군가 떠난 자리처럼, 혹은 오래 잊고 지냈던 계절 하나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가슴 한쪽이 조용히 젖어든다.

 

밤바다는 언제나 사람을 솔직하게 만든다.

괜찮은 척 숨겨두었던 마음도, 지나간 시간도, 끝내 하지 못한 말들도 파도 소리에 밀려 천천히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도째비골의 야경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잠시 삶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작은 항구처럼 느껴진다.

불빛은 바다 위에서 흔들리고, 사람들은 그 흔들림 속에서 각자의 밤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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