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째비는 도깨비의 강원도 사투리다. 이름처럼 이 골짜기에는 조금 장난스럽고, 조금 신비로운 기운이 흐른다. 스카이워크는 허공으로 뻗어 있고, 스카이사이클 구조물은 밤하늘 위에 걸린 얇은 선처럼 보인다.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은 잠시 현실의 길에서 벗어나 빛의 골짜기로 들어선 여행자처럼 작아진다.
입구의 환한 글자 앞에 서면 묵호의 밤바람이 먼저 얼굴을 스친다. 멀리 항구의 불빛이 낮게 흔들리고, 바다는 보이지 않아도 냄새로 먼저 다가온다. 계단 위로 이어진 조명은 천천히 걸으라고 말하는 듯하고, 골짜기 안쪽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어둠을 부드럽게 밀어낸다.
도째비골의 밤은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다. 빛은 절벽을 깨우고, 길은 하늘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어느 순간 발끝은 땅을 딛고 있는데 마음은 이미 공중에 떠 있다. 여행은 늘 그런 순간을 위해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서 잠시 가벼워지는 일, 익숙한 삶의 무게를 조명 아래 내려놓는 일.
6월의 동해는 낮보다 밤이 더 오래 기억된다. 묵호등대와 논골담길을 지나 이곳에 닿으면 하루의 끝이 조금 환해진다. 도째비골스카이밸리는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대이면서, 동시에 마음속 어둠에 작은 등을 켜는 골짜기다. 돌아서는 길에도 빛은 한동안 눈 안에 남아 있었다.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도째비골스카이밸리, 동해 묵호](https://hodabgpnhciikfrpzais.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article-photos/0fae0395-4972-4469-b781-8ab59b83153a/00-legacy-cover-1409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