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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묵호 골목에 멈춘 파란 버스

바다 냄새를 싣고, 오래된 시간이 벽 위를 달린다

논골담길에서 만난 가장 느린 여행의 순간

최치선 기자
[최치선의 포토에세이] 묵호 골목에 멈춘 파란 버스

푸른 바다 냄새가 언덕 위 골목까지 밀려오던 날, 낡은 버스 한 대가 벽 위에 멈춰 서 있었다. 묵호의 오래된 시간들은 그렇게 창문마다 기대앉아,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들처럼 논골담길 너머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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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논골담길 벽화 (사진=최치선 기자)

버스는 더 이상 달리지 않았다. 대신 골목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바람, 낮게 들려오는 항구의 소리를 태우고 있었다. 창문 속 얼굴들은 모두 어딘가로 가는 중인 듯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누군가는 출근길이었고, 누군가는 장날로 향했으며, 누군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젊은 날의 정류장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묵호의 골목은 늘 그렇게 시간을 천천히 세운다. 바다는 아래에서 반짝이고, 담벼락은 위에서 기억을 붙잡는다. 버스 표지판 하나, 낡은 창문 하나에도 오래전 사람들의 숨이 묻어 있다. 벽화는 그림이 아니라 이 동네가 잊지 않으려는 작은 증언처럼 보였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버스 앞에 서서, 이미 지나가버린 어떤 계절의 종점이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있다는 걸 알았다. 떠난 사람도, 남은 사람도, 언젠가 다시 이 골목을 지나갈 것이다. 묵호의 버스는 오늘도 움직이지 않은 채 가장 먼 곳으로 사람의 마음을 데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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