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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해여행] 도깨비 방망이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공짜'라서 더 짜릿한 85m 해상 산책

도째비골 해랑전망대 가보니 묵호의 파도는 발밑에서 쳤다

최치선 기자
[동해여행] 도깨비 방망이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트래블아이=최치선 기자] 동해 묵호의 바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눈요기에 그치지 않는다. 신발 끈을 조여 매고 ‘해랑전망대’에 올라서면, 서슬 퍼런 파도가 발아래에서 거칠게 부서지고 머리 위 하늘은 한껏 넓어진다. 바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짧은 길이지만, 묵호 여행이 주는 강렬한 인상은 이곳에서 완성된다. 구태여 먼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동해의 날것 그대로의 숨결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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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 해랑전망대(사진=최치선 기자)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도째비골 앞바다에 툭 튀어나온 해랑전망대는 길이 85m의 해상 보도교량이다. ‘해랑’은 태양과 바다, 그리고 내가 함께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름값을 하듯 전망대 위에 서면 청명한 동해의 수평선과 쪽빛 하늘, 그리고 여행자의 그림자가 커다란 캔버스 안의 한 장면처럼 포개어진다. 흰 구름이 붓질처럼 번진 하늘 아래, 푸른 기둥 위로 놓인 산책로가 바다 위를 가볍게 건너가는 형상이다.

 

전체적인 교량의 형태는 영락없는 도깨비방망이다. 이 일대는 예로부터 ‘도째비골’이라 불렸다. ‘도째비’는 도깨비를 뜻하는 강원도 방언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이면 골짜기에서 정체 모를 푸른빛이 일렁였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지금은 이 으스스한 옛이야기가 가장 세련된 관광 콘텐츠로 탈바꿈했다. 바다 쪽에는 해랑전망대가 징검다리처럼 놓였고, 언덕 위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자리해 묵호의 핵심 여행 코스를 이룬다.

 

이곳의 가장 큰 미덕은 압도적인 접근성이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여행자도 별도의 입장료 없이 바다 위 산책을 호젓하게 즐길 수 있다. 개장 시간도 오전 10부터 밤 9시까지로 넉넉해, 붉게 물드는 동해의 낙조와 밤바다의 정취를 모두 만끽할 수 있다. 다만 해상 시설의 특성상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거나 기상이 악화되면 안전을 위해 출입이 통제되므로 날씨 확인은 필수다. 묵호항과 수변공원,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묵호등대, 그리고 빛바랜 삶의 흔적이 남은 논골담길을 함께 묶으면 반나절짜리 알찬 도보 여행 지도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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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랑전망대(사진=최치선 기자)

구멍이 숭숭 뚫린 매시 발판 위에 서면 묵호의 거친 풍경이 가슴속으로 훅 밀려온다. 멀리서 보면 잔잔해 보여도,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면 시커먼 갯바위에 부딪힌 물결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요동친다. 아득한 수평선은 이따금 안개 속에 숨바꼭질하듯 흐려진다.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던 사람들도 산책로 끝에 다다르면 이내 말수가 적어진다. 화려한 사진을 남기러 왔다가도, 결국엔 웅장한 바다 그 자체를 멍하니 바라보며 ‘바다 멍’에 빠지게 되는 마력이 있다. 전망대 곳곳에 설치된 해랑 조형물과 동해시 캐릭터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연인들에게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 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언덕 위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까지 오르면 풍경의 층위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찔한 높이의 하늘산책로와 허공을 가르는 스카이사이클,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가는 자이언트슬라이드가 동해의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역동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해랑전망대가 바다의 높이와 눈을 맞추며 낮게 걷는 길이라면, 스카이밸리는 묵호의 푸른 바다를 부감으로 내려다보는 하늘길이다. 수평과 수직의 두 공간이 절묘하게 이어지면서 묵호 여행은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소유하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확장된다. 

 

동해시청 관계자는 "해랑전망대와 스카이밸리는 단순히 보는 관광을 넘어 동해의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공간"이라며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바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묵호 해랑전망대는 요란하고 거창한 인공 시설물보다, 바다와 가장 완벽하게 밀착되는 원초적인 감각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85m의 짧은 길 끝에서 여행자는 동해의 호쾌한 파도와 넓은 하늘, 그리고 거칠지만 따뜻한 묵호의 옛 항구 정서를 한 바구니 가득 담아 가게 된다. 동해안 국도를 따라 달리는 여정 중이라면 이 길을 그냥 지나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바다 위를 딛고 선 그 찰나의 몇 분이, 올여름 하루 여행의 가장 선명하고 푸른 페이지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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