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아이=김보라 기자] 기계 소리로 가득하던 산업단지의 점심시간이 하루쯤 음악과 공예, 느린 호흡으로 채워진다. 창원국가산단 안 복합문화공간 문화대장간 풀무가 근로자와 주민을 위한 낮의 문화마당으로 문을 연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오는 27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문화대장간 풀무 앞마당과 지하 1층 일원에서 2026 문화대장간 풀무 런치콘서트 ‘만남의 무대(봄)’을 연다. 짧은 점심시간에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도록 공연과 체험, 참여형 이벤트를 한데 묶은 자리다.
문화대장간 풀무는 창원국가산업단지 안 유휴공간을 고쳐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회의와 강연이 가능한 다목적홀, 동호회룸, 무용연습실, 영상편집실, 교육장 등을 갖추고 있어 산업단지 근로자와 지역 주민, 문화예술단체가 함께 쓰는 생활문화 거점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번 행사에는 경남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해 띠앗, 문화곳간 만개, 쿤스트파이, 스튜디오 소행성, 문화기획 C&T, 아트인컬쳐협회 등 입주 문화예술단체가 참여한다. 앞마당에서는 어쿠스틱 밴드 공연과 현장 노래 이벤트가 이어지고, 지하 1층과 야외 공간에서는 싱잉볼 요가, 자개 책갈피 만들기, 공구 키링 만들기, 석고 방향제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눈에 띄는 점은 산업단지라는 장소성이다. 문화공연을 보기 위해 도심 공연장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일터 가까운 곳에서 음악을 듣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다. 쇳가루와 공구, 작업복의 이미지가 강한 공간에 요가 매트와 악기, 공예 재료가 놓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색다른 여행의 풍경이 된다.
행사는 공연을 보고 끝나는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입주 예술단체가 직접 프로그램을 꾸리고, 근로자와 주민이 체험자로 참여하면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만들어진다. 문화대장간이라는 이름처럼 사람과 예술, 산업과 일상이 풀무질하듯 섞이는 셈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산업단지 내 복합문화공간이 운영되는 사례는 전국에서 문화대장간 풀무가 유일하다”며 “입주 문화예술단체와 협력해 산업단지 근로자와 지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의 산업단지는 오래전부터 한국 제조업의 심장처럼 뛰어왔다. 이제 그 사이사이에 음악과 체험, 작은 쉼표가 들어선다. 문화대장간 풀무의 점심 콘서트는 멀리 떠나는 여행은 아니지만, 일상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가장 가까운 문화 여행이다.

